다음달 2~3일 서울 광장동 그랜드워커힐호텔에서 열리는 ‘글로벌인재포럼 2022’(한국경제신문사 교육부 한국직업능력연구원 공동 주최)에는 세계적인 석학이 대거 참석한다. 2006년 시작해 올해 17회째를 맞는 글로벌인재포럼에는 프랜시스 후쿠야마, 자크 아탈리 등 수많은 석학이 참석해 인재 양성의 중요성을 역설하고 비전을 제시했다.
올해는 창조적 파괴를 국가 성장 모델에 접목해 ‘슘페터식 패러다임’을 개척한 것으로 유명한 필리프 아기옹 콜레주드프랑스 교수가 특별강연자로 나선다. 노벨 경제학상 후보로도 자주 거론된다. 아기옹 교수는 다음달 3일 오후 3시40분 ‘창조적 파괴와 디지털 혁신’이란 주제로 강연할 예정이다.
후지이 데루오 일본 도쿄대 총장은 2일 오전 9시40분 ‘디지털 대전환 시대의 대학교육 방향’에 대해 기조연설한다. 그는 마이크로유체 시스템을 전공한 공학자 출신으로, 도쿄대 생산기술연구소장을 지내며 해외에 산학협력 거점을 구축하는 등 글로벌 기업과의 산학협력을 주도했다. 그는 기조연설 이후 오세정 서울대 총장과 대학교육의 미래와 디지털 시대의 인재 양성 방안에 대해 토론할 예정이다.
미국에서 손꼽히는 문화연구학자인 샘 리처즈 펜실베이니아주립대 사회학과 교수는 3일 오후 4시 한류의 미래에 대해 강연한다. 그는 인종·젠더·문화 관계에 관한 강의로 미국 방송계 최고 권위의 상인 에미상을 받았다. 이 밖에 마리오 리사넨 핀란드 국가교육위원회 조기교육·기초교육 총괄책임자, 마이클 펑 몬테레이공과대 미래교육연구소 전무 등이 참석해 미래에 대한 통찰을 제공할 예정이다.
인재포럼은 무료로 참가하는 ‘오픈 포럼’이다. 참가 희망자는 오는 26일까지 글로벌인재포럼 홈페이지(www.ghrforum.org)에서 사전 신청하면 된다. 현장 신청은 받지 않는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확산된 보호무역주의와 글로벌 경기 침체 위기감 모두 인재들의 ‘창조적 파괴’를 방해하고 있습니다. 정부와 시민사회가 기업들의 혁신을 지원하고 감시할 때 혁신 성장은 가능합니다.”프랑스 경제 석학인 필리프 아기옹 콜레주드프랑스 교수(사진)는 18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오스트리아 출신 미국 경제학자 조지프 슘페터가 처음 고안한 ‘창조적 파괴’는 경제 성장의 동력을 혁신으로 설명한다. 성공을 원하는 기업가는 기존 산업에 없던 새로운 기술을 만들어낸다. 기술 혁신으로 기존 산업이 파괴되는 한편 새로운 기술이 사회에 보편화되고, 이를 넘어서는 새로운 기술이 또 생겨나며 자본주의는 발전한다.아기옹 교수는 1910년대의 창조적 파괴 이론을 현대 경제학으로 다시 불러온 석학이다. 자본가와 기업에 집중했던 기존 이론을 국가와 정부에 확장해 적용했다. 미국 하버드대를 거쳐 콜레주드프랑스와 런던정치경제대, 인시아드 교수를 겸임하는 아기옹 교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경제 자문이다. 노벨 경제학상 후보로도 자주 거론된다. 그는 다음달 3일 ‘글로벌인재포럼 2022’에서 ‘창조적 파괴와 디지털 혁신’을 주제로 특별 강연을 할 예정이다.세계 질서가 급변하는 ‘대전환 시대’에서도 혁신은 경제 성장의 동력이 된다. 국가 간 장벽이 세워지고 글로벌 공급망에 차질이 생겨도 새로운 환경에 맞춘 기술과 산업이 등장한다. 다만 혁신이 녹록지 않은 환경이다. 전쟁으로 물가가 치솟자 미국을 비롯한 세계 주요국이 기준금리를 공격적으로 인상하고 있다. 글로벌 경기 침체 위험은 높아지고 기업들은 자금을 조달하기 어려워졌다.아기옹 교수는 “경기 침체가 오래 지속되지 않을 것”이라며 “중국은 결국 제로 코로나 봉쇄를 풀 것이고,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내기 위한 협상도 연내 시작될 것으로 믿는다”고 기대했다. 이어 “경기가 침체될 때 정부가 혁신이 일어나기 적합한 산업을 알아보고 더 많은 투자를 해야 한다”며 “지금은 친환경과 에너지 전환에 주목할 때”라고 조언했다. 대전환 시대에서의 인재상도 “친환경적이고 사회적인 기업가”를 꼽았다.창조적 파괴는 실업을 동반하기 쉽다. 혁신을 통해 경제는 성장하지만 그 과정에서 파괴된 산업의 근로자들은 직업을 잃는다. 아기옹 교수는 해결책으로 덴마크의 ‘플렉시큐리티(flexicurity)’ 제도를 제안했다. 플렉시큐리티는 유연성(flexibility)과 안전(security)을 합친 말로 고용시장의 유연성과 사회 안전망 확충을 동시에 추구하는 개념이다. 기업이 노동자들을 쉽게 해고할 수 있는 대신 실업자들에겐 실업급여와 직업훈련을 충분히 제공한다. 대신 일자리를 거부하는 횟수 등에 제한을 두는 등 무분별한 실업자를 막는다.그는 “플렉시큐리티는 직업 훈련이 보장되는 실업 보험을 통해 근로자가 자신의 커리어를 안정적으로 이어갈 수 있게 돕는다”고 강조했다. 근로자의 역량을 키워 특정 산업과 기업의 일자리보다 고용 자체의 안정성을 보장한다는 의미다.슘페터는 자본주의의 미래를 비관했다. 혁신으로 만들어진 대기업들이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 새로운 혁신을 방해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반면 아기옹 교수는 최근 출간한 저서 <창조적 파괴의 힘>에서 국가와 시민사회가 대기업을 규제하고 감시하면 창조적 파괴를 지킬 수 있다고 봤다. 그는 “미국은 아마존과 구글 등 ‘슈퍼스타 기업’의 힘이 커지면서 새로운 혁신 기업이 진입하기 어려워졌고, 이는 2005년 이후 미국의 경제성장률 둔화로 이어졌다”고 짚었다.아기옹 교수는 한국도 비슷한 위기에 놓여 있다고 지적했다. 분단 이후 급격한 경제 성장을 달성하는 데 대기업들이 중요한 역할을 했지만 이제는 그들이 새로운 혁신을 막을 위험이 커졌다는 것이다. 그는 “정부는 경쟁과 개방을 촉진하는 정책을 펼치고, 한국 교육 시스템은 현재도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더 육성할 필요가 있다”고 평가했다.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
“한류의 힘을 유지하기 위해서 변화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한국의 문화산업은 성공한 과거와 현재 사례를 재생산하는 경향이 있어 변화를 통해 창의성과 다양성을 키워야 합니다.”샘 리처즈 펜실베이니아주립대 사회학과 교수(사진)는 18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의 소프트파워를 확보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점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변화’를 주문했다. 리처즈 교수는 다음달 3일 ‘글로벌인재포럼 2022’에서 ‘K컬처와 인재’를 주제로 강연에 나선다.그는 4년 전인 2018년부터 한류의 선풍적 인기를 예견한 사회학자로 유명하다. 그는 자신의 대학 수업에서 “BTS(방탄소년단)를 모르면 21세기 시장경제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고 말해 주목을 받았다.리처즈 교수는 “한국은 1988년 올림픽 이후 눈부신 경제적 발전 속도를 보여 왔다”며 “이런 경제적 성장이 문화산업의 경쟁력으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BTS와 ‘오징어 게임’ ‘기생충’ 등이 세계적 호평을 받을 수 있었던 데는 개별 콘텐츠가 지닌 매력도 있지만 이를 뒷받침할 경제적 위상이 우선 마련됐다는 것이다. 그는 동시에 “문화산업을 이끄는 것은 결국 시장경제와 기업”이라고 말했다.한국 사회의 획일성은 극복해야 할 과제다. 그는 “한국의 콘텐츠들은 억지로 ‘서양적’으로 보이려고 애쓰지 않고, 한국 특유의 정서를 독특하게 담아낸다”면서도 “그러나 비슷한 콘텐츠의 성공이 반복됨에 따라 다양성과 창의성은 저해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그는 한국의 경쟁 문화가 지금의 발전에 도달하는 데 큰 도움이 되는 동시에 개인의 자존감을 낮췄다고 진단했다. 리처즈 교수는 “한국인 특유의 겸손함과 자기 비판은 한국 경제를 발전시키는 데 큰 도움이 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그러나 과열된 교육열로 인해 학생들의 순위를 매겨 최상위에 속하지 못한 대부분의 인생을 실패한 것이라고 여기는 것은 사회에 만연한 우울증의 이유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이혜인 기자 hey@hankyung.com
코로나19와 미·중 갈등 고조, 여기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까지 겹치면서 세계 자유무역 시스템의 근간이던 세계무역기구(WTO) 체제가 1995년 출범 후 27년 만에 무력화되고 있다. 세계화 흐름에 역행하는 ‘탈세계화’가 가속화하면서 기업들도 대책 마련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기업들이 가장 발 빠르게 대응하는 분야는 공급망 관리(SCM)다. 그동안 공급망 관리에선 재고를 최소화하고 수요 변화에 빠르게 적응할 수 있는 ‘적기 생산(just in time)’이 정석처럼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세계 곳곳의 공장이 마비되고 물류가 지연되면서 이 방식도 한계를 드러냈다. 미국과 중국의 갈등으로 무역 제재가 벌어지고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에너지,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면서 기업들은 대안 찾기에 나섰다.세계화가 한창이던 시절에는 가격 경쟁력 확보를 위해 세계 각국에 생산기지를 배치하는 ‘오프쇼어링(offshoring)’이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탈세계화 흐름에 맞춰 해외로 이전했던 생산 시설을 자국으로 옮기는 ‘리쇼어링(reshoring)’은 물론 인접국에 생산라인을 분산하는 ‘니어쇼어링(nearshoring)’, 우호국에 생산 시설을 배치하는 ‘프렌드쇼어링(friendshoring)’ 등의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그동안 세계화로 인한 국제 분업의 혜택을 본 한국이 탈세계화의 타격을 더 크게 입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주요 국가가 산업 내재화에 속도를 낼 경우 한국처럼 무역을 근간으로 삼은 국가의 설 자리가 좁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이 때문에 국내 주요 기업도 공급망 관리에 총력을 기울이는 모습이다. 삼성전자는 작년 말 조직개편을 통해 경영지원실 내 ‘공급망 인사이트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다.LG전자도 비슷한 시기에 각 사업본부의 SCM 조직을 강화했다. 기존의 SCM실을 SCM 담당 조직으로 격상하고, 반도체 개발·구매팀과 반도체 공급 대응 태스크를 새로 만들었다.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