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이 대체하는 일자리 늘어나도 인간의 핵심 가치는 분석력·소통"
“문제는 일자리 수(數)가 아니라 질(質)이다.”

데이비드 오터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경제학과 교수(사진)는 인공지능(AI)의 발달이 미래 노동시장에 미칠 영향을 이렇게 분석했다. 오터 교수는 4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서면 인터뷰에서 “고령화가 빨라지면서 우리는 지금보다 더 심각한 노동력 부족을 겪을 것”이라며 “우려스러운 것은 AI의 등장으로 많은 사람이 저임금 일자리로 밀려날 수 있다는 점”이라고 했다. 세계적 노동경제학 석학인 그는 다음달 3일 ‘글로벌인재포럼 2022’에서 ‘AI와 미래 일자리’를 주제로 특별강연을 한다.

AI에 위협받는 직업에는 어떤 게 있을까. 오터 교수는 아마존 물류창고에서 상품을 분류하고 포장하는 근로자를 예로 들었다. 아직 이들이 맡은 업무는 AI로 완전 대체가 불가능하다. 다양한 형태의 상품을 완벽히 포장하려면 세심한 손재주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AI의 인지 능력이 발달하면 5~10년 내 로봇이 이 일을 대체할 수 있다는 게 오터 교수의 주장이다.

오터 교수는 AI 기술이 발달한 미래엔 전문성 있는 직업이 살아남을 것으로 예측했다. 그의 연구 결과 지난 80년간 미국에선 신기술이 출현할 때마다 늘 새로운 일자리가 생겨났다. 그래픽프로그래머, 태양열 전기학자, 드론 비디오 작가, 인체공학 디자이너 등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신기술과 관계없이 소득과 인구구조 변화에 따라 새롭게 생겨난 직업도 적지 않다. 소믈리에, 소아청소년과 내분비학자, 노인 정신건강 상담사, 피트니스 코치 등이 이런 직업에 해당한다.

미래 일자리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무엇보다 교육이 중요하다는 게 오터 교수의 진단이다. 고학력 근로자는 AI를 활용해 일 처리를 하는 직업을 갖게 될 가능성이 높은 데다, 이들은 새로운 변화에 빠르게 적응하기 때문이다. 오터 교수는 “근로자의 핵심 자질은 미래에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며 “분석적으로 생각하고, 데이터를 논리적으로 사용하고, 효과적으로 소통하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모든 젊은이가 AI 프로그래머나 엔지니어가 되기 위해 공부하는 것은 필요하지도 않고 바람직하지도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기술 자체의 중요성은 점점 떨어질 수 있다”며 “창의성, 문제 해결 능력, 분석력, 적응력, 의사소통, 리더십 등이 근로자를 훨씬 더 가치 있게 만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