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도 밖으로 밀려난 낙태…"정체된 낙태법 논의, 합리적 대안 찾아야"
지난해 '합법적' 인공임신중절 3천56건…전체 추정치의 10분의1
최근 5년간 건강보험 적용을 받는 등 합법적으로 이뤄진 인공임신중절(낙태) 수술이 연평균 3천여건으로 나타났다.

합법 수술 건수는 전체 인공임신중절 추정건수의 10분의 1에 불과해 법의 테두리 밖에서 이뤄지는 낙태가 훨씬 많은 것으로 보인다.

4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의원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 제출받은 최근 낙태 수술 실시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합법적 낙태 수술은 3천56회 이뤄졌다.

낙태 수술 횟수는 2017년 4천161회, 2018년 3천964회, 2019년 3천482회, 2020년에는 3천258회로 5년간 평균 3천584회 이뤄졌으며 매년 건수가 줄어들고 있다.

이같은 통계는 가임기 여성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한 보건복지부의 인공임신중절 실태조사 결과와는 큰 차이가 있다.

앞서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복지부의 의뢰로 지난해 11월 19일에서 12월 6일까지 만 15∼49세 여성 8천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0년 인공임신중절 실태조사'에서는 한 해 낙태 추정 건수가 3만2천63건이었다.

직전 조사인 2017년에는 5만9천764건의 낙태가 이뤄졌을 것으로 추산됐다.

2020년만 놓고 봤을 때 전체 추정 낙태 건수의 10분의 1만 건강보험의 적용을 받았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건강보험 적용을 받지 않은 수술의 경우 정확한 집계 없이 추정만 가능한 상황이다.

지난해 '합법적' 인공임신중절 3천56건…전체 추정치의 10분의1
5년간 이뤄진 총 1만7천921회의 수술을 시기별로 보면 '임신 8주 이내'가 5천294회(29.5%), '임신 16주 이상 20주 미만' 4천431회(24.7%), '임신 20주 이상' 3천738회(20.9%), '임신 12주 이상 16주 미만' 2천317회(12.9%) 순으로, 임신 중기 이후의 수술이 상당 비율을 차지했다.

지난 2019년 4월 헌법재판소는 형법상 임신중절을 전면 금지한 처벌 조항이 헌법에 위배된다는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면서 국회에 2020년 말까지 법 개정(대체입법)을 할 것을 요청했다.

그러나 국회에서 대체입법 논의가 진전되지 않으면서 '입법 공백' 상태가 됐고 여성과 의료현장은 오히려 사각지대에 놓이게 돼 낙태 역시 여전히 양지화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합법적' 인공임신중절 3천56건…전체 추정치의 10분의1
입법 공백과 건강보험 등의 문제로 인해 임신중절을 하려는 여성이 수술을 해주는 병원을 온라인에서 수소문하고, 병원마다 '부르는 게 값'인 수술비를 감당해야 하는 실정이다.

현재 모자보건법은 인공임신중절 수술에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경우를 본인이나 배우자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우생학적 또는 유전적 정신장애나 신체질환이 있는 경우, 전염성 질환이 있는 경우, 강간 또는 준강간에 의해 임신된 경우, 법률상 혼인할 수 없는 혈족 또는 인척 간에 임신된 경우, 임신 유지가 보건의학적 이유로 모체 건강을 심각하게 해치고 있거나 해칠 우려가 있는 경우 등으로 제한하고 있다.

임신중절을 원하는 여성들 사이에서는 '먹는 낙태약'도 하나의 선택지로 꼽히지만, 이 역시 법과 제도가 미비해 온라인을 통해 불법 유통되는 실정이다.

신 의원은 "합법적·불법적 인공임신중절수술이 시행되는 현황을 올바로 파악하고 정확한 원인분석을 통해 안전한 수술환경을 구축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며 "그동안 정체되어있던 낙태법 관련 논의를 통해 여성과 태아의 생명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합리적인 대안을 고민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