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 합의에 따라 회사에서 ‘임금피크제 적용’과 ‘퇴직 후 계약직 재채용’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면, 이를 취업규칙으로 해석해야 하므로 준수할 의무가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와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29일 A씨 등 퇴직자 83명이 하나은행을 상대로 제기한 고용의무이행·손해배상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승소한 원심을 확정했다.

2009년 하나은행 노사는 만 56세가 된 근로자가 임금피크제와 특별퇴직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게 하는 임금피크제 개선안에 합의했다. 특별퇴직을 선택하면 계약직 별정 직원으로 재채용돼 만 58세까지 계약을 갱신하고 월 200만원의 급여를 받을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그런데 하나은행은 2015~2016년 특별퇴직한 A씨 등을 재채용하지 않았다. A씨 등은 하나은행이 임금·퇴직금을 배상해야 한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하나은행 측은 “특별퇴직을 신청하는 근로자들을 모두 재채용하겠다고 확정적인 약속이나 합의를 한 적이 없고, 재채용의 기회를 부여하겠다고 했을 뿐”이라고 맞섰다.

퇴직 후 채용에 관한 내용인 재채용 관련 합의가 취업규칙이 정한 근로조건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쟁점이 됐다. 근로기준법 97조는 취업규칙에서 정한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근로계약은 무효로 규정한다.

대법원은 “특별퇴직하는 근로자와 피고 사이에 존속하는 근로관계와 직접 관련되는 것으로서 특별퇴직하는 근로자의 대우에 관한 조건을 정한 것이므로 취업규칙으로서 성질을 가진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이 사건 재채용 부분은 피고에게 원칙적으로 특별퇴직자를 재채용할 의무를 부과하는 취지”라고 했다.

최한종 기자 onebe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