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한국의 국민연금에 대해 “‘더 내고 더 받는’ 방식으로 개편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저출산·고령화 심화와 OECD 회원국 평균을 웃도는 노인빈곤율 등을 고려해 지금보다 연금 재원을 확충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정부는 연금개혁 과정에서 OECD의 권고 내용을 적극 참고하기로 했다.

OECD "국민연금 더 내고 더 받게 해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OECD는 20일 발간한 ‘한국 연금제도 검토 보고서’에서 “국민연금 보험료율을 가능한 한 빨리 인상하고 60세 이후에도 보험료 납부를 지속할 수 있도록 의무 가입 연령을 상향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65~69세와 70~74세 고령층 고용률이 각각 49%, 37%로 OECD 평균(23%, 11%)보다 높기 때문에 보험료 납부가 가능하다는 취지다. OECD는 또 “기준소득월액 상한을 높여 급여 인상에 기여하도록 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현재 국민연금 보험료 산정 기준이 되는 기준소득월액 상한액은 월 553만원으로, 이를 초과한 소득이 있어도 보험료가 높아지지 않는다. 이 기준선을 높여서 추가 재원을 마련해 ‘지급하는 돈’도 늘리자는 제언이다. 고령자의 고용률은 높지만 소득 수준은 낮은 상황을 해결하려면 더 많이 걷어 재원을 확충하고 더 많이 지급해야 한다는 의미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저출산·고령화로 2060년께에는 생산가능인구(15~64세) 대비 노인 인구(65세 이상)가 네 배로 증가할 것으로 예측됐다. 이에 따라 국민연금 수급자는 갈수록 증가하고 국내총생산(GDP) 대비 공적연금 지출 부담도 2050년 GDP 대비 6%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이 때문에 ‘더 내고 더 받는’ 연금개혁을 해야 한다는 게 OECD의 주문이다.

OECD는 이 밖에도 국민연금 기금 운용에 대해 △운용 계획 수립과 평가 주체의 분리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 지속 △기금운용본부가 우수한 직원을 모집할 수 있는 보수정책 마련 등을 권고했다.

사적연금과 관련해서는 △퇴직금 제도의 퇴직연금(IRP) 전환 △1년 미만 근로자, 주 15시간 미만 근로자와 같은 퇴직연금 가입 예외 범위 축소 △비정규직 및 자영업자의 사적연금 가입 유도 △연금 소득세 제도 단순화 △조기 수령 축소 등을 제시했다.

OECD는 2014년 아일랜드를 시작으로 각국의 연금제도 검토 보고서를 시리즈로 내놓고 있으며 한국이 여덟 번째다. 복지부는 2019년 7월 연구를 의뢰했다.

이스란 복지부 연금정책국장은 “이번 연구 결과는 연금개혁과 관련한 논의의 장을 마련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정부는 OECD 검토 결과 등을 바탕으로 관계 전문가들과 심도 있는 논의를 하겠다”고 말했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