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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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지원금이 줄어든 TBS가 프로그램 진행자를 내부 직원으로 대거 교체하고 나섰다. 예산 삭감에 대응한다는 취지에서다. 하지만 정작 고액 연봉, 중립성 논란을 부른 김어준, 주진우는 그대로 프로그램을 유지해 절감 효과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2일 한국경제신문의 취재를 종합하면 TBS는 예산 절감을 위해 기존 외부 진행자들을 대부분 내부직원으로 교체하기로 했다. 오전 9시 ‘박연미 경제발전소’는 지난 19일까지만 방송됐다. 22일부터는 내부 아나운서가 진행하는 음악 프로그램으로 바뀌었다. 오전 10시부터 12시까지 방송되던 자동차 관련 정보 프로그램인 ‘라쿠카라차 김기욱, 김혜지 입니다’도 사내 아나운서가 진행하는 1시간 짜리 프로그램으로 간판을 바꿔달았다. 살아남은 프로그램도 게스트를 줄이는 등 군살 빼기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개편의 가장 큰 이유는 예산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당초 올해 시 예산안에서 TBS 출연금을 전년도(375억원)보다 100억원 넘게 삭감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민주당과 TBS의 강력 반발에 부딪쳐 55억원 삭감으로 한 발 물러섰다.

예산은 앞으로 더 쪼그라들 전망이다. 지난달 서울시 의회는 서울시의 TBS에 대한 재정 지원을 중단하는 내용이 담긴 조례안을 발의했다. 해당 조례가 통과되면 서울시가 TBS에 지원하는 출연금이 2023년 7월부터 끊기게 된다. 지난해 서울시의 지원 비중은 TBS 연간 예산의 70%를 넘는다. TBS는 방송통신위원회 규정에 의해 상업 광고를 할 수 없어 이 지원금이 끊어지면 사실상 방송국 운영이 어려워진다.

하지만 TBS가 프로그램 예산을 줄이는 상황에서도 ‘김어준의 뉴스공장’은 살아남은 것으로 나타났다. 저녁 8시 ‘아닌 밤중의 주진우입니다’도 프로그램이 유지됐다.

이번 개편에 대한 내부 의견은 엇갈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청취율 1위로 TBS를 알리는데 공을 세운 뉴스공장이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와 지원금 삭감의 원인으로 볼 수 있는 뉴스공장을 유지하면서 다른 프로그램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팽팽히 맞선다.

TBS의 한 직원은 “기존 프로그램들이 내부직원이 진행하는 초저예산 음악프로그램으로 대부분 바뀌었다”며 “예산 부족으로 할 수 있는 게 없어 사기가 많이 떨어질 상황”이라고 말했다.

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