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채필 前 장관 "새 정부에 노동개혁 의지 있는지 의문"
"새 정부에 성역없는 노동개혁의 스케일이나 의지가 있는지 의문이다. 개혁이 성공하려면 통합적인 리더십과 치밀한 대응전략이 필요하다."

이채필 전 고용노동부 장관이 26일 열린 일자리연대 정책토론회에서 한 말입니다. 일자리연대는 김대환 전 노동부 장관을 상임대표로, 전직 장관 및 학계·법조계 등 노동분야 전문가들로 구성된 단체입니다.

이 전 장관은 이날 토론회에서 '노동개혁 추진과 시사점'이라는 발제에서 윤석열 정부의 노동 정책에 대해 작심발언을 쏟아냈습니다. 2011년 5월부터 2013년 3월까지 고용부 장관을 지낸 이 전 장관은 미래 노동시장에 대비한 노동개혁 의지가 매우 강했던 인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윤석열 정부가 최근 미래노동시장연구회를 발족시키는 등 노동시장 개혁의 시동을 건 가운데 과거 보수정부 노동개혁 전도사들이 그동안 못다했던 목소리를 내고 있는 모양새입니다.

이 전 장관은 우선 윤석열 정부의 노동개혁 의지에 대해 '물음표'를 달았습니다.

"새 정부의 노동 개혁은 일종의 ‘반노동·친기업’ 정책으로 매도될 수 있거나, 노동계의 반발이 우려될 사항은 시도하지 않을 방침임을 드러냈다. 해고를 의제로 하라는 것은 아니지만, 처음부터 성역없는 노동 개혁의 스케일이나 의지에 의문을 갖게 한다."

그러면서 지난 3월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노동계와 정치권이 공무원·교원의 노조활동에 대한 근로시간면제(타임오프)제도 도입에 합의한 것에 대해 "그간의 노동개혁을 후퇴시켰다"고 비판했습니다.

"공무원‧교원노조는 민간 사업장의 재정 사정과 차원이 다른데 형평성을 이유로 타임오프 적용을 하는 것은 노조의 자주성 확립과도 모순된다. 형편이 어려운 소규모 민간 사업장과는 사정이 다른데도 국민 세금으로 공무원 노조와 교원노조에 노조활동관계자(전임자)의 급여를 지원하는 것은 모럴해저드의 결정판이다."

윤석열 정부의 노동분야 국정과제인 근로시간·임금 유연성 확대, 공공부문 노동이사제, 공무원·교원 타임오프, 중대재해처벌법 개정 등에 대해서는 "우리가 처한 사정이 우물안 개구리 발상이나 자기검열 사고로 노동개혁을 추진하거나 그 스펙트럼을 좁혀서 접근할 만큼 한가롭지 않다"고 했습니다. 아울러 "제조업 중심의 산업화 시대에 형성된 노동 규범과 관행은 우리 몸에 맞지 않는 옷과 같다"며 "경제 현실과 괴리된 노동시장 구조를 방치하는 것은 국가경쟁력과 역동성을 잠식하고 청년과 미래세대 기회를 빼앗는 일"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최근 51일간의 파업을 마치고 겨우 정상화된 대우조선해양 사태와 새 정부 출범 직후 화물연대의 집단운송거부 등에 대한 평가와 조언도 내놨습니다.

"윤 대통령은 문재인 정부와 달리 법과 원칙을 천명했다. 하지만 민간 시장 영역에 해당하는 화물연대의 집단운송 거부에 대하여 국토교통부가 8일 만에 안전운임제의 계속 추진과 대상 품목을 확대하기로 양보한데 이어 레미콘믹서트럭 운송기사의 파업에 따른 임금 24.5%(2년간) 인상으로 파업만능주의에 대한 자신감을 확산시켰다. 안전운임제가 도로교통 안전에 어느 정도 효과가 있는지 관계부처에서 미리 준비한 실증 분석을 통하여 필요성과 타당성을 전제로 추진해야 할 것인데도 윤석열 정부 들어와 특정 집단의 실력행사에 후다닥 떠밀린 첫 사례였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법과 원칙의 틀 내에서 자율적 해결 기조가 현장에서 굳건히 정착되도록 하는 것이다. 파업을 일찍 끝내려 파업기간 중 임금보전, 민·형사 또는 손배소 취하 등 원칙을 깨거나 이면 합의, 정부나 외부에 기대어 자율적인 해결을 등한시하는 습관을 버려야 전투적 노사관계를 끝낼수 있다."

백승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