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형준 부산시장은 지난달 29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기업 투자를 적극 유치해 부산을 아시아권 글로벌 허브로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부산시  제공
박형준 부산시장은 지난달 29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기업 투자를 적극 유치해 부산을 아시아권 글로벌 허브로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부산시 제공
이달 1일 민선 8기 지방정부가 닻을 올렸다. 지방 분권은 서른 돌을 향해 나아가고 있지만, 지역의 역사는 ‘쇠퇴’와 ‘소멸’로 뒷걸음질치고 있다. 자치단체장들이 내세운 핵심 아젠다가 ‘분권’과 ‘부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공통점도 이런 현실을 그대로 압축한다. 광역자치단체 간 결합으로 초광역 경제권을 구성하거나, 도시 미래에 활력을 불어넣을 신산업 육성 등과 관련한 논의가 벌써부터 뜨겁다. 지역경제를 되살릴 신성장 축 마련에 총력전을 펼치고 있는 광역단체장의 청사진을 릴레이 인터뷰로 들어본다.

박형준 부산시장(국민의힘)은 “시장직에 당선된 이후 정신없이 바쁜 나날을 보냈다”며 “그동안 부산의 잠재력을 확인하고 성장시키는 전략 구상에 초점을 맞췄고, 앞으로는 ‘글로벌 허브 도시 부산’을 만드는 데 실행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업의 부산 투자는 박 시장이 시정을 이어받은 지난해부터 가파르게 치솟았다. 지난해 기업 유치에 따른 투자 금액은 2조1685억원 규모로, 2020년(2815억원)의 성과를 압도했다. 올해에도 이미 41개사가 투자를 확정했다. 금액으로 따지면 1조5851억원에 달한다. 박 시장의 ‘투자 세일즈’가 빛을 발한 셈이다. 박 시장은 “산업 측면에서 일자리를 창출하고 경제적 성과를 내는 기업은 물론 아르떼뮤지엄 등 시민의 삶의 질을 끌어올리고 정주 여건을 개선하는 투자도 유치했다”며 “‘한국에 오면 당연히 부산을 방문해야 한다’는 인식을 확산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기업 유치는 박 시장 시정 운영의 핵심이다. 기업이 중추가 돼야 부산 경제가 빠르게 성장하고, 인재도 모이는 선순환 구조를 효율적으로 구축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류 △산업 △금융 △인재가 맞물려 부산과 해외를 연결하고, 새로운 비즈니스를 창출해 부산의 성장 잠재력을 끌어올리는 것이다. 여기에는 2030 세계박람회 부산 유치와 산업은행 이전, 300개에 달하는 금융 관련 스타트업 집적화 등의 방안이 포함된다.

▷대기업이 앞다퉈 대규모 투자를 예고했습니다. 특별한 전략이 있습니까.

“투자 환경이 급변하고 있습니다.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해서는 첨단기술 중심의 산업구조 개편이 꼭 필요합니다. 부산시는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해 신기술과 정보기술(IT) 교육은 물론 디지털·데이터 산업 인재 양성에 투자를 확대하고 있습니다. 파워반도체, 의료·바이오, 수소산업을 육성 중이기도 합니다. 대기업의 직접 투자가 가장 이상적이지만, 스타트업과 기술 기반의 강소기업 발굴도 대기업 투자 못지않게 중요한 사안입니다. 업종별 목표를 정해 대기업과 협력사, 수요기업을 연결하고 투자 유치를 진행할 예정입니다. 특히 산학 협력 체계를 대대적으로 개편했습니다. 지역대학 21개가 참여하는 ‘부산형 지산학 협력체계’를 구축해 직무 연수 기반의 인력을 양성하는 데 힘을 쏟을 것입니다. 부산에 투자한 기업이 안정적으로, 조기에 정착할 수 있도록 투자기업 원포인트 지원과 함께 인센티브 지원 제도를 마련하겠습니다.”

▷신산업 육성 사업에는 어떤 것이 포함됩니까.

“핀테크와 블록체인 기반 디지털 금융 플랫폼을 조성하고, 지원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블록체인 기업이 집적한 ‘비(B·블록체인) 스페이스’가 올해 개관했습니다. 여기에는 19개사가 모였습니다. 이 외에도 핀테크·인공지능(AI) 기술을 보유한 스타트업이 모인 ‘유(U·유니콘)스페이스’, 글로벌 금융회사 집적화 단지인 ‘디(D·데카콘) 스페이스’, 디지털 금융 강소기업 육성지인 ‘에스(S·스타)스페이스’ 등이 개관을 마무리지었습니다. 2025년에는 금융 관련 기업 300곳을 집적하는 클러스터인 ‘디-밸리(Digital-Valley)’를 조성할 것입니다. 부산에 이전을 마무리한 금융 관련 공기업과의 연계는 물론 산업은행 부산 이전을 마무리지어 시너지를 강화할 방침입니다.”

▷파리 2030 세계박람회 2차 PT(프레젠테이션)는 어땠습니까.

“한덕수 국무총리와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과 함께 BIE(국제박람회사무국)가 있는 프랑스 파리를 찾았습니다. 지난해 11월 1차 PT가 비대면으로 이뤄졌지만, 유치전은 (정부와 민간의 도움을 받는) 지금부터 시작이라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습니다. 사우디아라비아가 외교 부문을 선점해 강력한 경쟁 상대가 됐습니다. 파리에서는 중앙아시아 등 각국의 주재 대사관을 접견해 부산을 알리는 데 초점을 맞추고 활동했습니다. 정부와 발을 맞춰 총력을 기울이면 판세를 역전할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엑스포 유치로 거둘 경제적 효과는 61조원에 달하고, 50만 개의 새로운 일자리가 생길 것으로 예상됩니다. 특히 인류 번영의 미래상을 부산에서 제시한다는 데 큰 의미를 두고 있습니다.”

▷글로벌 허브 도시 부산을 선포했습니다.

“부산의 투자 매력도를 끌어올리는 게 중요합니다.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이 꼭 가봐야 할 곳으로 부산을 선택해야 합니다. 부산에서 일하면 휴양도 할 수 있는, ‘워케이션(일과 휴식의 합성어)’ 공간이 될 필요도 있습니다. 해안이라는 천혜의 자연환경을 갖춘 데다 340만 명에 달하는 인구를 보유한 부산에서 충분히 해낼 수 있는 일이자, 미래입니다. 핵심은 △물류 △산업 △금융 △인재를 축으로 한 기업 유치입니다. 일자리 창출 등 전통적인 산업관에서 본 기업 유치는 물론 관광 콘텐츠와 결합한 지식재산(IP) 산업이나 문화 인프라를 갖춘 기업도 유치 대상에 포함됩니다. 시민의 삶을 끌어올릴 수 있는 기업이면 모두가 유치 대상이 됩니다. 기업이 유치돼 지역 산업과의 결합을 시도하고, 외국인 투자자와 방문객의 발길을 부산으로 끌어들일 생각입니다. 세계 최초 해상스마트시티 조성으로 싱가포르와 홍콩 못지않은 글로벌 해양도시의 기반을 닦겠습니다. 영어 상용화 도시 조성을 위해 국제학교를 적극적으로 늘릴 계획입니다.”

▷부울경(부산·울산·경남) 특별연합 성공 전략은 무엇입니까.

“수도권 중심의 성장 전략은 더 이상 먹히지 않는 시대가 왔습니다. 특정 지역을 중심으로 한 과도한 집값 상승과 인구 감소 등의 비효율이 생기고 있고요. 메가시티는 성장의 축을 남부권에 하나 더 구축하자는 개념으로 추진한 사업입니다. 지난 4월 국내 최초의 광역자치단체를 연결하는 특별법이 시행돼 메가시티 구상안이 실현 단계에 왔습니다. 초광역권 발전계획을 공동으로 수립했다는 데 가장 큰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자동차, 조선, 항공 등 부울경 지역의 주력 산업을 육성하는 계획안이 마련됐습니다. 인재 측면에서는 초광역권 인력 육성 사업과 함께 인재 친화적 정주 환경을 개선하는 사업이 공동으로 추진됩니다. 부울경을 연결하는 1시간 생활권을 위한 광역교통망 사업과 함께 전략산업 거점을 조성해 연계할 예정입니다. 1단계 사업 추진에 7조원의 예산을 투입해 지속 가능한 부울경 성장 전략으로 삼겠습니다.”

▷행정 속도를 강조했는데, 어떻게 실현할 것인가요.

“행정은 안정성과 책임성이 중요한 요소입니다. 까다로운 절차와 제도로 공공부문 속도는 민간부문에 비해 느립니다. 부산시의 행정 전반을 살펴 불필요한 규제를 없애고 절차를 간소화하는 방향으로 규제 혁신에 대한 의제를 선도할 예정입니다. 세계박람회 유치와 가덕도 신공항 조기 개항 등 부산의 미래 혁신 사업과 강하게 연결돼 있습니다. 행정의 혁신 역량을 끌어올려 시민이 변화를 체감하는 데 앞장서겠습니다.”

■박형준 부산시장은
의원→정무수석→보수논객…재선 성공하며 'PK 리더'로

박형준 부산시장은 대중 앞에서 연설문을 읽지 않는다. 사안을 정리해 전달하는 데 탁월한 능력을 지녔다는 평가다. TV 방송의 유명 정치 프로그램에 출연해 ‘합리적 보수 논객’ 이미지를 널리 알려 지난해 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 김영춘 전 해양수산부 장관을 제치고 시장직을 거머쥐는 데 성공했다.

2004년 제17대 총선에서 국민의힘의 전신인 한나라당 후보로 등록해 부산 수영구 국회의원직에 당선됐다. 박 시장은 국회 재임 시절, 게임산업진흥법을 발의해 국내 게임을 산업 차원에서 관리하는 초석을 다지는 데 힘을 보탰다. 부산 강서구에 최근 들어선 국회도서관 부산분원 유치에 앞장섰으며, 광안리 해수욕장 일대 상권을 살리기 위한 활동을 벌였다.

2009년 이명박 정부 시절에는 청와대에 입성했다. 인수위원회를 거쳐 정무수석비서관으로 활동하며 ‘5+2 광역경제권 구상안’ 등 지역 발전에 관한 정책을 수립하는 데 힘을 보탰다. 그를 ‘MB키즈’로 부르는 이가 많은 배경이다.

박 시장은 1982년 고려대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1994년부터 5년 동안 김영삼 정부의 대통령 자문 정책기획위원으로 활동했다. 1년 남짓 보궐선거를 통한 시장직 수행에 이어, 부산의 본격적인 성장의 토대를 쌓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고려대에서 사회학 박사 학위를 받았고 동아대 사회학과 교수로도 재직했다. 한때 소설가를 꿈꾸기도 했다.

△1978년 서울 대일고 졸업
△1982년 고려대 사회학과 졸업
△1991년 고려대 문학박사
△1994~1999년 대통령 자문 정책기획위원
△2002~2021년 동아대 사회학과 교수
△2004~2008년 제17대 국회의원(부산 수영구, 한나라당)
△2009~2010년 대통령 정무수석비서관
△2021년 4월~부산시장


부산=민건태 기자 mink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