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병원을 가진 대학법인이 소유하고 있는 건물에 약국을 개설하는 것은 위법하다는 판결이 연이어 나오고 있다. 대학병원과 약국의 담합 가능성이 크다는 판단이다.

대구고등법원 제1행정부(부장판사 김태현)는 지난 5월 13일 대구시약사회와 환자 등이 대구 달서구보건소장을 상대로 낸 약국 개설등록 처분 취소소송에서 양측 항소를 기각했다. 1심에 이어 대구시약사회 측이 또다시 승소한 것이다.

계명대 법인은 소유하고 있는 건물에 약국과 임대차 계약을 맺었다. 그로 인해 계명대가 소유한 동산병원 바로 옆 건물에 5개의 약국이 새로 생겼다. 이에 대구시약사회는 “해당 약국들은 의약분업 취지를 훼손한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약사법은 의료기관 시설 또는 구내에 약국 개설을 금지하고 있다. 해당 약사가 의사의 약물 오남용 등을 견제하기 위해서는 분리된 주체로 남아야 한다는 ‘의약분업’의 취지가 담긴 법이다. 그러나 대학병원을 소유한 대학법인의 건물에 약국을 개설하는 방법으로 이를 우회하려는 시도를 한 것이다.

학교법인 측은 법인이 약국을 직접 운영하지 않으며, 병원 상가 건물과 회계가 구분돼 있다는 점을 들어 합법성을 주장했다. 그러나 대구시약사회 측은 병원과 약국 간의 담합 가능성을 밝히는 데 집중했다. 대구시약사회 측을 대리한 박상현 태평양 변호사는 “원내약국이 처방전을 독점하고 있는 상황과, 병원은 고액의 임대료로 이득을 보고 있는 상황을 강조했다”고 설명했다.

2019년 4~12월 계명대 동산병원에서 발급한 외래 처방전의 73.4%가 해당 건물 입점 약국 5곳에 편중됐다.

이에 1심은 “해당 약국들은 병원 부지 일부를 분할한 장소에 개설한 것으로 보인다”며 개설 등록을 취소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2심 재판부 역시 “약국이 병원과 장소적으로 밀접하면 약국과 의료기관이 담합할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다.

앞서 창원 경상대병원과 천안 단국대병원에서도 비슷한 ‘원내약국’ 소송이 벌어졌는데, 두 사건 모두 약국 개설이 적법하지 않다는 판단을 받았다.

오현아 기자 5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