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주기’라는 비판을 받아온 문재인 정부 시절의 일자리사업이 대폭 정리된다. 성과 평가 결과 낙제점을 받은 11개 사업이 단계적으로 폐지되고 32개 사업은 감액된다. 특히 ‘단기 알바’라는 지적을 받아온 직접 일자리사업도 7개가 폐지된다.

고용노동부는 28일 개최된 국무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의 ‘재정지원 일자리사업 평가 및 개선방안’을 보고했다.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평가위원회가 현장 모니터링 등을 통해 지난해 일자리사업을 평가한 결과다. 재정지원 일자리사업은 ‘일자리 정부’를 표방한 문재인 정부가 재정을 집중적으로 투입해 공공·민간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며 착수한 사업이다. 문재인 정부의 정책기조에 따라 일자리사업 예산은 매년 증가해 올해엔 역대 최대인 31조원(본예산 기준)이 편성되기도 했다.
4조 쓰고도 83%가 '노인 알바'…文정부 일자리사업 7개 없앤다

직접일자리 사업 7개 폐지

올해 평가 등급을 받은 일자리 사업의 41.4%는 ‘낙제점’을 받았다. 성과평가위원회는 2021년 일자리사업 228개 중 올해 폐지되거나 작년 우수 등급을 받은 등급 미부여 사업 등을 제외하고 169개 사업에 대해 평가 등급을 부여했다. 등급은 우수, 양호, 개선 필요, 감액으로 나뉘는데, 올해 사업 중 가장 낮은 ‘감액’ 등급을 받은 사업은 32개였다. 전년도 14개에 비해 대폭 증가한 수치다. ‘개선 필요’ 등급을 받은 사업도 38개에 이르렀다. 169개 사업 중 70개가 ‘미진하다’는 평가를 받은 것이다.

정부는 성과평가 결과에 따라 직접 일자리사업 7개를 포함해 일자리사업 11개를 단계적으로 폐지한다.

올해 종료되는 대표적인 사업은 특별고용촉진장려금, 청년추가고용장려금, 청년채용특별장려금, 지역방역 일자리 등이다.

성과평가 결과는 내년도 예산과 연계된다. 이에 따라 감액 등급을 받은 직접일자리 등은 내년에 예산이 삭감되며, 저성과사업은 강도 높은 사업 재설계 방안을 마련·이행하게 된다. 지난해 성과평가 결과 감액사업은 평균 28.1% 예산이 삭감된 것으로 알려졌다.

평가위원회는 “적기 재정 투입과 다양한 일자리사업 추진으로 코로나19 고용 위기에 적극적으로 대응한 것은 긍정적”이라면서도 “사업 간 유사·중복성 등 직접일자리 구조조정 등이 보완 사항으로 지적됐다”고 했다.

직접일자리 대부분이 65세 이상 노인

지난해 일자리사업은 65세 이상 노인 일자리 창출에 치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일자리 통계를 부풀리기 위해 부실 일자리를 양산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지난해 일자리사업에 쏟아부은 예산은 30조5000억원이며 24개 부처에서 228개 사업이 시행됐다. 일자리사업에는 총 776만5000명이 참여했지만, 참여자 중 65세 이상이 112만7000명으로 14.5%에 이르렀다.

특히 직접 일자리사업의 노인 편중이 심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4조1615억원을 쏟아부어 101만1000개의 일자리를 만들었지만, 65세 이상 노인 근로자가 이 중 83만6000개 일자리를 차지했다. 직접일자리의 83%는 평균연령 75.1세의 65세 이상 노인에게 돌아간 셈이다.

정부는 이에 따라 노인 일자리사업을 ‘시장형’ 중심으로 개편한다는 방침이다. 시장형 노인 일자리는 고령층을 고용한 민간 사업체에 인건비 일부를 지원해 일자리 공급 주체를 공공에서 민간으로 돌리는 형태다.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직접 고령층을 고용해 재정으로 인건비 전부를 충당하는 유형과는 다르다.

정부는 앞으로 일자리사업을 고성과 사업 중심으로 효율화한다는 방침이다. 이정식 고용부 장관은 “데이터에 기반한 성과평가를 보다 철저히 시행해 앞으로도 지속해서 일자리사업 효율화를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