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급식비용 50% 더 들어…끼니 거르는 분 없게 좀 더 관심을"

"후원받은 쌀로 한 끼 음식을 대접해왔는데 지난달 처음으로 후원 창고에 쌀이 떨어지기도 했어요.

물가가 계속 오르는데 상황을 좀 더 봐야겠어요.

"
"감잣값이 자고나면 올라요"…물가 상승에 무료급식소들도 걱정
고유가 행진 속에 소비자 물가마저 치솟으면서 시민들의 가계 부담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노숙인, 홀로 사는 노인 등 취약 계층에게 따뜻한 한 끼의 밥을 대접해온 무료 급식소 역시 마음을 놓지 못하고 있다.

경기 성남시에 있는 사회복지시설 '안나의 집' 대표 김하종(세례명 빈첸시오 보르도) 신부는 무료 급식소를 운영하며 매일 최대 800여 명의 홀몸 노인, 노숙인 등에게 한 끼 음식을 제공하고 있다.

이탈리아에서 한국으로 와 30여 년째 무료급식 봉사를 하는 김 신부는 21일 "지난달에 후원 창고에 쌀이 비어 후원금으로 쌀을 사 밥 짓고 도시락을 제공했다"며 "일시적인 현상이었고 지금은 다시 쌀 후원이 이어지지만 이런 일이 처음이라 놀랐다"고 말했다.

이곳의 식사 준비량은 3년 전까지만 해도 최대 500명분이었다.

그런데 코로나19 확산 이후 다른 무료급식소들이 하나 둘씩 문을 닫으면서 이곳으로 노숙인과 홀몸 노인 등이 몰려 최근에는 800여 명분으로 늘었다.

한 끼 식사에 약 5천원 정도 드는데 급식 인원이 많이 증가하면서 비용 부담도 그만큼 증가했다.

하루 800여 명분의 식사를 준비하는데 소비되는 쌀의 양은 160㎏이다.

2020년 2월부터 코로나19 감염 우려로 실내 급식을 중단하고 일회용기에 음식을 담아 도시락을 제공했는데 일회용기 구매비용으로만 1년에 1억원 가까이 추가로 들었다.

코로나19가 잦아들면서 각 분야에서 일상회복 조치가 시행되면서 이곳 급식소도 지난 13일부터 다시 실내 급식으로 전환해 그나마 한숨을 돌렸다.

하지만 최근 급격하게 오르고 있는 물가가 다소 걱정스러운 상황이다.

소비자 물가 오름세에 따른 비용부담 증가 우려에 김 신부는 "다 잘 될 것"이라면서도 "지켜봐야겠어요"라며 걱정을 거두지 않았다.

급식소는 일요일을 제외하고 매주 월∼토요일 주 6회 운영한다.

오후 4시부터 줄을 서 대기하는 노숙인 등에게 4시 30분부터 배식한다.

안나의 집 관계자는 "물가 상황이 심상치 않지만 한 분이라도 더 따뜻한 한 끼를 드실 수 있도록 식사를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감잣값이 자고나면 올라요"…물가 상승에 무료급식소들도 걱정
안산시 상록구 본오동에서 무료 급식소를 운영하는 이석권(64) 씨는 18년째 지역 노숙인, 혼자 사는 어르신 50여명을 위해 매일 한 끼의 식사를 준비하고 있다.

2004년부터 무료급식 봉사를 하는 이씨는 "파 한 단 가격이 어제오늘 다르고, 감자 한 상자 값도 오늘내일이 다르니 전보다 식사 준비 비용이 50%가량 더 드는 것 같다"고 했다.

급식소 운영과 식자재 비용으로 한 달에 보통 280만∼300만원이 드는데, 각 기관과 시민 후원금에 사비를 보태 급식소 운영을 이어가고 있다.

이 씨는 "한 달에 몇 번 고기반찬을 하고 주로 나물이나 채소로 반찬을 준비하는데도 아침 이른 시간부터 도시락통을 들고 찾아오신다"며 "이런 분이 끼니를 거르지 않도록 후원에 더 관심을 가져달라"고 했다.

"감잣값이 자고나면 올라요"…물가 상승에 무료급식소들도 걱정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