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을 출입하는 차량을 방해하기 위한 목적으로 왕복 6차로 중 3차로에 화물연대 측 트럭이 세워져있다.
공장을 출입하는 차량을 방해하기 위한 목적으로 왕복 6차로 중 3차로에 화물연대 측 트럭이 세워져있다.
한국노총 소속 노조가 민주노총의 하이트진로 이천공장 화물연대 투쟁에 불만섞인 입장문을 전달했다. 화물연대 사태가 노노갈등으로 번지는 모양새다.

진로노조 "불법파업 좌시하지 않겠다"

한국노총 소속인 전국식품산업노련 진로노조가 9일 ‘화물연대파업 관련 진로노동조합입장’을 내놨다. 하이트진로 생산·관리·영업 직군 노조원에게 배포된 이 문건에서 진로노조 측은 “목적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불법과 비윤리적 행위를 행하는 것은 어떠한 이유에서도 정당화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현재 이천공장에서 점거 집회를 하고 있는 주체는 민주노총 소속 수양물류 차주들이다. 이들은 지난 3월부터 이천공장 점거 투쟁에 돌입했고, 근무를 하지 못하는 하이트진로 이천공장의 노동자들이 외려 피해를 받고 있는 상황이다.

진로노조 측은 해당 입장문에서 “물건이 동난 거래선에서 8일 기준 이천공장에만 900여 대에 이르는 차량을 직접 보내 제품을 실어나르는 등 전례없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며 “위험천만한 불법이 자행되는 현장으로 내몰리는 관리직군, 거래처의 불만과 실적하락을 떠안아야 하는 영업직군, 생산 차질로 인해 임금 저하를 겪는 생산직군 등 전 직군이 (화물연대의) 불법파업으로 직격탄을 받고 있다”고 했다.

진로노조가 화물연대 파업에 대한 우려를 표한 것은 이날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하이트진로 이천공장에 위치한 진로노조 조합원 6명은 8일 오후 3시 30분께 공장 입구 앞에 진을 친 화물연대 조합원들에게 과격한 시위에 대한 자제를 요청하는 내용의 입장문을 전달했다. 진로노조 측은 “수양물류 차주들의 불법 파업으로 인한 이천공장 노동자들의 피해가 심각하게 우려된다”고 했다.
8일 진로노조 측이 화물연대에 전달한 입장문
8일 진로노조 측이 화물연대에 전달한 입장문
안상진 진로노조 위원장은 입장문을 통해 “수양물류의 파업과 정문봉쇄로 인해 지난 3일에는 8시간 조업 중단, 6일에는 24시간 휴일 근무를 실시하지 못했고 이에따라 임금 손실이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안 위원장은 이어 “차주들의 생존권 사수를 위한 파업 여파가 진로노조원들의 생존권을 위협한다면 좌시하지 않겠다”고 했다. 그는 또 본지와의 통화에서 “공장에는 임산부는 물론 딸 같은 직원들에게 차마 들을 수 없는 욕설을 뱉고 있다”고 지적했다.

입구막고, 욕하고출입차량들 '난감'

실제 8일 찾은 하이트진로 이천공장은 화물연대의 파업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하이트진로 관계자에 따르면 이달 1일부터 6일까지 평균 출고량이 평시 대비 62% 감소했다.

화물연대 노조원들은 공장 진출입로 앞에 진을 치고 화물트럭의 운송을 방해하면서 물류에 지장을 주고 있다. 이들은 공장 입구 왕복 6차선 도로 중 3차로를 화물연대 트럭으로 막아 통행에 불편을 주고 있다. 이 때문에 대형 트럭들이 출입하지 못하고 2.5톤 소형 트럭만이 출고된 물건을 각 지역으로 소량으로 약 100 상자씩 운송하고 있다.

또 공장을 드나드는 대형 화물트럭의 차량번호와 운송 물품을 일일이 기록하며 심리적 압박을 주는가하면 해당 차주에게 “그렇게 벌어서 100만 원은 남느냐” 등의 조롱과 욕설을 하고 있다. 공장을 나가는 차량에 대해 차량번호와 운송지역 등이 적힌 송장을 검사하며 시비를 거는 등 시간을 지연시키고 있다.
화물연대 조합원이 이천공장을 나서는 차주에게 송장을 검사하며 시간을 지연시키고 있다.
화물연대 조합원이 이천공장을 나서는 차주에게 송장을 검사하며 시간을 지연시키고 있다.
주변 국도에서는 화물연대 소속 차주들이 일부러 운행속도를 시속 20킬로미터 이하로 낮춰 도로 교통체증을 유도하고 있다.

현장에는 경력 2개 중대 150여 명이 배치돼 만일의 상황에 대비하고 있다. 이날 오전 8시 30분께에는 물리적 충돌이 빚어져 15명의 화물연대 노조원이 업무방해 혐의로 체포되기도 했다. 그러나 경찰 배치에도 불구하고 운송난 해소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경찰 관계자는 “입구를 막은 차량 3대의 경우, 이 지역부터는 공장 사유지기 때문에 우리가 개입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또 국도에서의 교통체증에 대해서는 “민원이 잇따르고 있지만, 국도기 때문에 강제로 조치를 취할 수 있는 부분이 없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광식 기자 bume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