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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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으로 불리는 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안 시행을 약 석 달 앞둔 상황에서 검찰이 공격적으로 직접 수사에 나서고 있다. 법안 시행 전 검찰 수사의 필요성을 입증하기 위해 칼날을 더 세우고 있다는 평가다. 일각에선 검찰의 이 같은 움직임으로 인해 기업에 불똥이 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전방위서 강해지는 수사

3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반부패·강력수사2부(조주연 부장검사)는 최근 롯데건설 전 임원 A씨를 뇌물공여 등의 혐의로 구속했다. 검찰은 A씨가 2015년 부산시가 진행하는 하수관로 정비 사업 수주를 청탁하면서 사업 평가기관인 부산연구원 소속 연구원에게 1억원 상당의 금품을 제공했다고 보고 있다.

서울중앙지검은 앞서 지난 19일엔 허위로 특허를 등록해 경쟁회사의 위장약 판매를 방해한 혐의로 대웅제약과 직원들을 재판에 넘겼다. 수사는 ‘대기업 저승사자’로 불리는 공정거래조사부(고진원 부장검사)가 전담했다. 공정거래조사부는 지난 3월 조직개편을 통해 몸집을 키운 뒤 일감 몰아주기 수혜 의혹과 관련해 삼성웰스토리를 압수수색하는 등 점점 기업 관련 수사에 힘을 싣고 있다. 다른 한 쪽에선 서울동부지검이 ‘산업부 블랙리스트’ 사건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 검찰청은 최근 백운규 전 산업부 장관의 자택과 그가 근무 중인 한양대 퓨전테크놀로지센터 사무실을 압수수색하며 수사범위를 윗선으로까지 넓히고 있다.

검찰은 최근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단을 2년4개월 만에 부활시키며 금융범죄 분야에 대해서도 고강도 수사를 예고했다. 합수단은 출범 직후 암호화폐 루나·테라 폭락사태 수사를 맡는 등 가상자산 분야까지 다루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드러내고 있다.

◆기업들은 불똥 튈까 전전긍긍

법조계에선 검찰이 검수완박법 시행 전 잇단 성과를 내 직접수사의 필요성을 강하게 보여주고자 더욱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검찰은 검수완박법이 시행되는 오는 9월9일부터 공직자·방위사업·대형참사 범죄를 직접 수사할 수 없게 된다. 내년부터는 선거범죄에 대한 직접 수사도 금지된다. 더불어민주당이 추진 중인 중대범죄수사청 설립이 현실화하면 이르면 1년6개월 후 경제범죄와 부패범죄 직접수사권도 없어질 수 있다.

최근 취임한 주요 검찰 간부들도 한 목소리로 “어려운 상황에서도 사명을 다하라”고 거듭 주문하고 있다. 송경호 서울중앙지검장은 첫 출근을 한 지난 23일 “선거범죄에 적극적이고 단호하게 대처해야 한다”며 6월1일 전국동시지방선거 과정에서 벌어지는 비리를 철저히 수사할 것을 요구했다. 그는 “국가와 사회 발전을 저해하는 권력형 비리, 시장경제 질서를 훼손하는 기업범죄와 금융비리는 그 배후까지 철저히 규명해 처벌할 것”이라고도 목소리를 높였다. 현재 검찰총장 직무대리를 맡고있는 이원석 대검찰청 차장검사도 지난 26일 대검 확대간부회의에서 “국민의 생명, 안전, 재산과 기본권을 지키는 일은 잠시도 소홀히 할 수 없다”며 “개정법 시행 전 해야 할 일이 많은 만큼 각자의 위치에서 1분, 1초도 헛되이 보내지 말라”고 말했다.

기업들은 검찰이 휘두르는 칼에 억울하게 피해를 입는 사례가 나올까 긴장하는 분위기다. 기업 경영진 입장에선 고강도 수사가 장기화할수록 이에 대응하느라 이전만큼 경영에 집중하기 어려워진다. 이 같은 불안감을 포착한 대형 로펌들은 벌써부터 새 조직까지 만들며 대응전략 자문영업에 나서고 있다. 이달 들어서만 법무법인 태평양과 화우, 바른 등이 줄줄이 금융·증권범죄합수단 재출범에 대응하는 태스크포스(TF)를 꾸렸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