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암호화폐 루나와 테라의 폭락 사태로 암호화폐 시장이 얼어붙었다. 비트코인 가격은 루나 사태가 본격적으로 터진 지난 9일 4476만원에서 18일 오후 5시 3860만원으로 20%가량 하락했다. 18일 서울 서초구에 있는 암호화폐거래소 빗썸의 고객센터 전광판에 루나 차트가 띄워져 있다.  /연합뉴스
국산 가상화폐 루나(LUNA)·테라USD(UST) 투자자들의 집단소송 움직임이 가시화하고 있다. 두 코인의 시세 폭락 이유가 코인의 구조 자체에 있다며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를 사기 혐의 등으로 고발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코인 투자에서 ‘사기죄’를 입증하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무법인 엘케이비앤파트너스(LKB)와 법무법인 기성은 각각 집단소송을 준비 중이다. LKB 측은 이번주 권 대표에 대해 재산 가압류를 신청하고 사기 혐의 등으로 고소할 방침이다. 투자자 측은 코인의 구조와 투자자들을 유치한 방법 자체가 사기죄에 해당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테라는 자매 코인인 루나의 발행량을 조절해 개당 1달러의 가치를 유지하는 ‘알고리드믹 스테이블 코인’이다. 권 대표는 이미 해외에서 같은 방식으로 베이시스코인(BAC)을 설립했다가 실패한 경험이 있어 해당 알고리즘의 위험성을 미리 알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보준 법무법인 기성 변호사는 “위험성을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투자자들에게 위험성을 고의적으로 알리지 않은 기망 행위를 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테라폼랩스는 테라를 예치하면 연 19%의 이자를 지급하는 디파이(탈중앙화 금융) 상품 ‘앵커 프로토콜’을 출시해 투자자들을 끌어모았다. 기성 측은 이 상품 역시 신규 투자자들의 돈으로 기존 투자자에게 이자나 배당금을 지급하는 다단계 금융 사기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반면 사기죄 성립이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사기죄 구성 요건에는 상대방을 착오에 빠지게 할 만한 ‘기망 행위’가 있었는지 여부가 중요한데, 암호화폐인 테라와 루나의 운영 방식은 대중에게 모두 공개된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한 대형 로펌 변호사는 “사건이 터지기 전부터 유튜브나 투자자들 사이에서도 위험한 구조라는 인식이 있었다”며 “투자자들이 시장의 부침에 따라 손실을 본 것이지, 사기죄로 권 대표 등을 처벌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오현아 기자 5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