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막느라 돈 많이 들어…공무원들 접대해야" 하소연도
정영학 녹취록 법정 재생…검찰 "로비 내용 언급"
김만배, "막내가 50억 어떻게 가져가나"…곽상도 아들 언급(종합)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대주주이자 전직 기자인 김만배 씨가 대장동 개발사업을 위해 공무원들을 접대하느라 힘들다고 토로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김씨가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과 함께 곽상도 전 의원을 언급하며 50억원을 어떻게 전달할지 고민하는 대화 녹음 파일도 공개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이준철 부장판사)는 9일 김씨와 유씨, 정영학 회계사, 남욱 변호사, 정민용 변호사의 공판을 열어 정 회계사가 녹음한 파일을 재생했다.

이날 공개된 파일은 정 회계사가 2020년 7월 29일 김씨를 한 카페에서 만나 나눈 대화를 녹음한 것으로, 김씨는 "대장동은 막느라고 너무 지쳐, 돈도 많이 들고"라며 "보이지 않게"라고 말한다.

김씨는 또 "공무원들도 접대해야지, 토요일 일요일에는 골프도 해야 하지"라며 고충을 털어놓고, 정 회계사는 "고생하셨다"며 "형님(김씨)의 자리가 힘든 자리"라고 동조한다.

같은 파일에서 정 회계사는 김씨에게 하나은행 부장이자 화천대유가 하나은행과 컨소시엄을 구성할 당시 실무를 맡았던 이모 씨의 이름을 언급하지만, 음질이 조악해 대화 내용이 명확하지 않다.

검찰은 녹음 파일을 재생하기에 앞서 "김만배 피고인이 대장동 사업에 돈이 많이 들고 공무원을 접대해야 하며 시의원 등과 골프를 쳐야 한다는 로비 내용을 언급한다"고 설명했다.

또 "김씨가 이씨에게 50억 원을 준다고 말하는 내용도 확인할 수 있다"고 했다.

김만배, "막내가 50억 어떻게 가져가나"…곽상도 아들 언급(종합)
또 다른 녹음 파일에는 2020년 10월 30일 한 노래방에서 정 회계사와 김씨, 유씨가 곽 전 의원에게 돈을 전달하려 모의하는 내용이 담겼다.

김씨가 먼저 "영학이(정 회계사)가 알다시피 50억짜리 나가야 되는 부분들도 있다"고 말하자 유씨가 "변호사들은 고문료로 주신다면서요"라고 말한다.

이에 김씨가 "A(박영수 전 특검의 딸 이름)하고 곽상도는, 두 사람은 고문료로 안 된다"고 말하자 유씨는 "그걸로 주면 되지 않나, 아들한테 배당하는"이라고 제안한다.

김씨는 이에 "회사 막내인데 50억을 어떻게 가져가냐"고 의문을 제기하고, 유씨는 "곽 선생님도 변호사 아니냐"고 반문한다.

'곽 선생님'은 곽 전 의원을, '회사 막내'는 화천대유에 근무한 곽 전 의원 아들을 지칭한 것으로 추정된다.

곽 전 의원은 2015년 화천대유가 하나은행과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데 도움을 주는 대가로 아들 병채 씨를 통해 퇴직금 등 명목으로 작년 4월 말 50억원(세금 제외 25억원)을 수수한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로 구속기소됐다.

같은 파일에서 김씨는 유씨에게 "천화동인 원(1호)이 남들은 다 네 걸로 알아"라며 "내가 (유)동규한테, 동규 지분 아니까, 700억원을 주고", "비상장 주식을 내가 비싸게 사면" 등의 발언을 한다.

이 부분 역시 음질이 조악해 구체적인 대화 내용과 맥락은 명확하지 않다.

검찰은 이 녹음파일을 두고 "천화동인 1호가 유동규 피고인의 것이라는 사실을 다른 사람들이 알고 있으며, 김만배가 유동규에게 700억원을 주겠다는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지난 2일을 시작으로 이날까지 네 번째 공판을 열어 대장동 개발사업 로비·특혜 사건의 핵심 증거로 꼽히는 정 회계사의 녹음 파일을 법정에서 재생하고 있다.

이 파일들은 정 회계사가 2012∼2014년과 2019∼2020년 김씨, 정 회계사, 남 변호사 등과 나눈 대화나 통화를 녹음한 것으로 이들 일당이 로비를 시도한 정황을 담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