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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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자녀의 경북대 의학전문대학원(의전원) 입학을 둘러싼 의혹이 커지는 가운데, 연세대 의대 출신인 한 해외 대학 한국인 교수가 의대 편입학과 의전원 입시에서 교수 자녀에 대한 특혜가 만연해 있다고 폭로한 글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파문이 일고 있다.

연세대 의대를 졸업하고 국내에서 의사로 일했던 해외대학의 김모 교수는 지난 1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자기 자식을 본인의 기관에 넣는 일은 연세대 의과대학 시절 자주 봐온 일이라 눈에 선하다”고 썼다.

면접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편입학과 의전원 전형에서 교수 자녀의 특혜는 구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게 그의 지적이다. 김 교수는 “대학수학능력시험으로 입학한 경우보다 편입학·의전원 전형으로 입학한 학생에서 교수 자녀가 차지하는 비율이 3~4배 높다”며 “만약 교수 자녀가 아무런 혜택을 받지 않는다면 입학 경로와 관계없이 교수 자녀 비율이 비슷한 수준이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특혜가 법을 위반하지 않는 수준에서 자연스럽게 작동한다고 지적했다. 불법 로비를 벌이지 않아도 교수가 자녀 입학을 위해 직·간접적으로 도울 수 있는 수단이 얼마든지 있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교수들이 자녀의 의대 지원 사실을 자연스럽게 병원 내에서 말하고 다니면, 곧 병원 내에 소문이 나고 면접에 들어간 동료 교수들이 알아서 면접 점수를 잘 주는 구조”라며 “합법과 불법의 경계에서 줄타기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2007년 보건복지부 전 차관의 딸 이모씨가 연세대 의대 편입 과정에서 특혜를 받은 사실이 폭로됐는데, 당시 면접위원에게 제공되는 지원자 명단 중 이씨의 이름 옆에는 ‘+’ 표시가 들어갔다.

김 교수는 “정호영 복지부 장관 후보자도 이 정도의 과정을 거쳤을 것으로 추측된다”며 “동료들에게 특별히 로비를 한 것도 아니니 내 자식이 경북대 의대에 실력으로 들어가게 됐다고 스스로 믿게 되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미담 사례도 공개했다. 김 교수와 친분이 있는 연세대 전 부총장의 아들은 KAIST를 우등으로 졸업하고 의전원 시험을 봤는데, 주변에서 아버지가 부총장으로 재직하는 연세대에 지원하라고 했지만 혹시 모를 도덕성 시비를 피하고자 다른 의대에 지원했다. 김 교수는 “이게 모범 답안”이라며 “장관 후보자를 오얏나무 아래에서는 갓을 고쳐 쓰지 않는 사람, 도덕적으로 완벽하지는 못했더라도 부끄러움을 아는 사람을 기대했다면 무리인가”라며 글을 맺었다.

최예린 기자 rambut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