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 '헌법 내 수사권 전제'와 '졸속입법' 근거로 헌법재판도 검토
권한쟁의심판 가능성 있지만 '산 넘어 산'…"위헌 결정 나오기 쉽지 않아"


여야가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에 관한 국회의장의 중재안에 합의하면서 이달 내 본회의 통과가 유력해졌다.

수사권 박탈이 위헌이라고 여러 차례 강조해온 검찰은 헌법재판을 포함한 법적 대응을 준비 중이다.

그러나 법조계에서는 입법부가 절차상 하자 없이 통과시킨 법을 뒤집기는 쉽지 않으며, 실제 법적 다툼 과정 역시 녹록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검수완박] ④ 헌법재판 등 후폭풍 불가피…위헌 가능성은 '글쎄'
◇ 대검 "검수완박은 위헌"…'영장청구권'과 '졸속입법'이 근거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검찰청은 국회의 '검수완박' 중재안 합의 후 법적인 대응 방안을 고심 중이다.

대검 관계자는 지난 22일 여야의 합의 발표 직후 "(중재안에도) 위헌성의 문제가 남아있기 때문에 가능한 절차를 밟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주된 근거는 헌법 12조 3항과 16조가 규정하는 검사의 영장청구권이 수사권을 전제한 것이라는 점이다.

헌법이 '수사의 주체'가 누구인지 명확히 정하고 있지는 않지만, 검찰은 경찰이 신청한 영장을 법원에 그대로 전달만 해줄 게 아니라면 영장의 내용에 하자가 없는지, 피의자의 혐의가 인정되는지부터 따져야 하는데 이 자체가 검사의 수사활동이라는 논리를 편다.

검찰은 입법부가 법률을 만들 권한(입법형성권)의 한계를 벗어났다는 비판도 했다.

국회가 검찰의 수사·기소 권한을 일부 제한할 수는 있으나 충분한 심사나 신중한 판단을 생략한 채 입법을 추진하는 것은 헌법상 권력분립 원칙을 위배한 것이라는 취지다.

'검수완박' 법안을 밀어붙인 민주당이 법제사법위원회에 '사실상 민주당'인 무소속 의원을 잇달아 배치하고, 민주당의 행태와 법안 내용에 반발하던 국민의힘이 검찰의 수사권을 없애는 중재안이 나오자 하루아침에 동의로 선회하는 등 국회가 정략적 판단에 따라 국가 형사사법체계를 흔들었다는 법조계 전반의 비판이 나오면서 이런 '절차상 흠결'을 지적하는 주장은 근거를 얻었다.

쟁점 법안을 처리할 때 국회가 여는 공청회 등 제대로 된 토론이 한 번도 없었다는 점도 논거가 됐다.
[검수완박] ④ 헌법재판 등 후폭풍 불가피…위헌 가능성은 '글쎄'
◇ 권한쟁의심판 시도할 수 있지만…전문가들 "선례 없고, 산 넘어 산"
국회의장의 '검수완박' 중재안에 여야가 합의함에 따라 법안의 본회의 통과는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검찰은 '입법 이후'의 대응책을 찾을 수밖에 없다.

검찰이 선택할 수 있는 법적 대응 방식은 헌법재판이 유력하다.

검사 개인이 헌법소원을 내는 방식이 있을 수는 있지만, 헌법소원은 원칙상 일반 국민이 기본권을 침해당했을 때 헌법재판소의 판단을 구하는 절차이므로 국가기관이나 지방자치단체 사이의 권한 범위를 다투는 권한쟁의심판에 무게를 두는 관측이 많다.

하지만 법조계에서는 이 경우에도 '산 넘어 산'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첫 번째 문제는 헌재가 검찰은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할 주체가 아니라고 볼 가능성이다.

이를 '당사자 적격' 문제라고 한다.

헌법재판소법을 보면 권한쟁의심판은 '국가기관 상호간, 국가기관과 지방자치단체 간 및 지방자치단체 상호간의 권한쟁의'를 다루는 절차다.

이때 '국가기관'은 헌법에 의해 설치된 기관(헌법기관)을 가리키는데, 대통령과 국무총리, 국회, 국회의원, 판사, 법원, 헌법재판소 등은 헌법에 설치 근거가 있지만 검찰은 그렇지 않다.

일례로 헌재는 2010년 국가인권위원회가 대통령을 상대로 낸 권한쟁의심판 청구를 각하했다.

인권위는 국가인권위원회법에 의해 설치됐으므로 당사자 능력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헌법에는 '검사'라는 말과 함께 대통령의 임명 대상으로 '검찰총장'이 한번 등장한다.

'검찰'이나 '검찰청'이라는 말은 없으며 검찰의 설치 근거는 검찰청법에 명확히 나와 있다.

헌재 연구관을 지낸 한 법조인은 "검찰은 헌법기관이 아니라 행정부의 외청이므로 권한을 다툴 수 없다"며 "헌법과 법률에 의해 부여된 권한이 침해됐을 때가 문제가 되는데, 검사의 수사권은 헌법에 의해 보장되는 것이 아니고 행정부가 (경찰 등으로) 분담할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검찰 역시 권한쟁의심판의 주체가 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실제로 검찰은 2003년 대통령 측근비리 특검팀을 상대로 권한쟁의심판 청구를 검토하기도 했다.

전직 A 헌법재판관은 "검찰을 국가기관으로 볼 수 있을지는 문제인데 헌재는 지금까지 국가기관 해석을 폭넓게 해왔다"며 "연구 대상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헌법재판에 정통한 다른 관계자 역시 "검사나 검찰이 당사자 적격이 인정되는지는 선례가 없고 애매한 영역"이라고 했다.
[검수완박] ④ 헌법재판 등 후폭풍 불가피…위헌 가능성은 '글쎄'
◇ 헌재 본안 심리 간다고 해도…"위헌 결정 쉽지 않을 것"
헌재가 검찰을 권한쟁의심판의 청구 주체라고 판단하고 본안 심리 단계로 넘어간다고 해도 난관은 남아 있다.

검찰은 검사의 수사권이 헌법에 전제돼있다고 주장하지만 실제 헌법재판 과정에서 이를 입증하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전직 헌재 연구관은 "헌법 10조부터 39조까지는 국민의 권리와 의무를 규정한 '권리장전'인데, 검사가 등장하는 12조 3항이나 16조의 '영장주의'는 경찰의 인신구속과 고문, 자백강요 등 기본권 유린의 헌정사를 반성해 함부로 영장을 신청하지 못하게 한 것"이라며 "국민의 권리에 관한 장에서 검사의 수사권을 보장하고 있다고 해석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나도 검수완박이 부당하다고는 생각하지만 헌법에 '수사권을 누구에게 준다'는 규정은 없다"며 "수사는 행정부의 기능이고, 누가 수사를 할 수 있는지는 행정부가 입법정책적으로 시대 상황에 따라 결정할 문제"라고도 했다.

지난해 1월 헌재는 "우리 헌법은 수사나 공소제기의 주체, 방법, 절차 등에 관하여 직접적인 규정을 두고 있지 않으므로, 입법자는 입법 당시의 시대적 상황과 국민 일반의 가치관 내지 법 감정 등을 고려하여 수사 및 공소제기의 주체를 누구로 할 것인지, 어떠한 절차나 형식에 따라 수사를 진행하고 공소를 제기할 것인지를 결정할 수 있다"고 판시한 바 있다.

반면 A 전 헌법재판관은 "검찰의 주장이 터무니없는 것은 아니고, 검사가 수사기관임을 전제로 한 것이라는 말도 있을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다만 "위헌 결정은 재판관 9명 중 6명이 동의해야 하므로 본안 심리까지 이뤄진다면 위헌이 나오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입법 절차에 문제가 있다는 검찰의 주장은 받아들여지기 힘들 것이라는 예측이 많았다.

여야가 중재안에 합의함으로써 아무 마찰 없이 본회의를 통과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절차적인 문제가 해소됐기 때문이라는 것이 법조계의 중론이다.

헌재는 1997년 노동관계법 등의 '날치기' 통과에 반발해 야당 의원들이 제기한 권한쟁의심판을 "표결권 침해가 분명하다"며 받아들이기도 했지만 여야 합의가 이뤄졌고 검찰이 청구의 주체가 될 이번 사안과는 결이 다르다.

헌법재판 경험이 많은 어느 법조인은 "헌재는 입법 절차상의 하자 역시 판단하지만 실제로 위헌 판단이 나오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개인적으로는 헌재가 이런 입법부의 행태에 단호한 모습을 보였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이번에도 국회에서 온갖 꼼수가 판을 치지 않았나.

여당이든 야당이든 이렇게 꼼수를 쓰면 헌재 판례상 위헌이 된다, 통과해봐야 소용이 없다는 경각심이 있어야 하는데 헌재는 '하자는 있지만 위헌은 아니다'라는 판단을 해온 것"이라고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