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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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구 을지로3가 노가리 골목의 터줏대감 격인 노포(老鋪) '을지OB베어'가 철거됐다.

청계천을지로보존연대 등에 따르면 법원 등이 고용한 용역 등 100여명은 21일 오전 4시 20분께 을지OB베어 강제집행에 나섰다. 이번이 6번째 강제집행이다. 이들은 1시간여에 걸쳐 을지OB베어 간판을 끌어 내리고 내부 집기류도 모두 빼냈다.

당시 을지OB베어 내부에는 강제집행에 대비해 매일 3∼4명의 시민단체 활동가들이 가게를 지키고 있었으며, 이들은 용역이 들어오자 거세게 저항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과정에서 창업주 가족 1명이 다쳤다.

시민단체 회원과 주변 상인 등 30여명은 을지OB베어 입구 앞 바닥에 줄지어 앉아 항의하고 있다. 용역 10여명도 아직 가게 앞을 지키며 활동가 등이 가게 내부로 들어가지 못하도록 대치 중이다.

세입자 을지OB베어와 건물주 간 분쟁은 2018년부터 시작됐다. 임대계약 연장을 놓고 건물주가 제기한 명도소송에서 을지OB베어는 1심과 2심에서 패소했고 대법원도 상고를 기각하면서 가게를 비워줘야 하는 처지가 됐다.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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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중 올해 1월 노가리골목의 만선호프 사장 A씨 측이 을지OB베어가 입점한 건물의 일부를 매입하면서 건물주가 됐다고 한다. 만선호프와 을지OB베어 측은 보증금과 임대료를 인상하고, 을지OB베어가 그간 강제집행 비용을 부담하는 대신 계속 장사할 수 있도록 하는 방향으로 상호 합의가 됐다고 한다.

하지만 돌연 만선호프 측에서 을지OB베어 소유 부지에 화장실을 새로 지을 공간을 요구하면서 다시 갈등이 불거졌다는 것이 을지OB베어 측 주장이다.

1980년 문을 연 을지OB베어는 중소벤처기업부의 백년가게로 등록된 노포다. OB맥주의 전신인 동양맥주가 모집한 프랜차이즈의 1호점으로 시작해 창업주의 딸 강호신씨와 사위 최수영씨 부부가 2대째 운영하고 있다. 서울시는 노가리 골목 전체를 서울미래유산으로 지정하기도 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