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탠퍼드의대 첫 한국인 교수 "뇌질환 분석·치료 플랫폼 내놓겠다"
“중간에 목표를 포기하는 것은 실패를 연습하는 겁니다. 학생들에게도 포기하지 않는 습관을 기르라고 항상 강조합니다.”

실리콘밸리의 바이오테크 스타트업 엘비스(LVIS)의 이진형 대표(사진)는 20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성공 비결’을 묻는 말에 이같이 말했다. 미국 스탠퍼드대 의대(신경과)와 공대(바이오공학과) 교수를 겸하고 있는 그는 2013년 뇌질환 연구 성과를 사업화하기 위해 엘비스를 창업했다.

이 대표의 포기하지 않는 습관은 그의 경험 영향이 크다. 이 대표는 스탠퍼드 공대 박사과정이 끝날 무렵 외할머니의 뇌졸중 소식을 들었다. ‘사랑하는 외할머니의 치료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해야겠다’고 다짐한 그는 한 미국 명문대 교수 부임을 늦추고 어두컴컴한 연구실에서 생물학에 전자공학을 접목하는 연구를 시작했다. 뇌에 대한 회로도를 그리고, 이를 분석하면 뇌졸중 같은 뇌질환 치료에 도움이 될 것이란 아이디어를 현실화하는 과정이었다.

매일 새벽 2시까지 몰두하며 100번 넘는 실험을 진행했지만 계속 원하는 결과가 안 나왔다. 이 대표는 “포기하고 싶을 때도 많았고 주변에서 ‘교수나 하지 왜 무리한 일을 하냐’는 비아냥도 들었다”며 “살면서 정해 놓은 목표를 포기한 적이 없었기 때문에 ‘문제 해결이 즐겁다’는 생각을 하면서 연구를 이어갔다”고 말했다. 1년여 만인 2010년 그는 뇌신경과 헤모글로빈의 농도 관계를 규명한 논문을 세계적인 과학 저널 ‘네이처’를 통해 발표했다. 학계에서 ‘떠오르는 스타’란 평가를 들었고 스탠퍼드 의대에 한국인 여성 최초로 교수로 임용되는 영광을 맛봤다.

엘비스는 올해 안에 뇌의 정보를 해독하고 진단해서 치료하는 플랫폼을 출시할 계획이다. 아침에 일어나서 체중을 측정해 몸무게를 관리하듯이 뇌에 대해서 살펴보는 도구가 생기는 것이다. 이 대표는 “우선 간질 같은 몇 가지 뇌질환에 대해 모델링해 의료진이 환자들 대상으로 활용할 수 있는 플랫폼을 내놓을 계획”이라며 “간질은 치매와도 연관성이 깊기 때문에 간질 치료가 수월해지면 치매 증상 완화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특히 한국의 뇌질환 환자에게 큰 도움을 주고 싶다고 강조했다. 실리콘밸리에 본사가 있지만 서울에 사무소를 설립한 것은 고국에 대한 애정이 컸기 때문이다. 그는 “한국 환자들에게 최대한 이른 시점에 솔루션을 제공하기 위한 목적이 크다”며 “우수한 한국 인력을 채용하려는 목적도 있고 한국 병원들과 협력에도 신경쓰고 있다”고 했다. 이어 “앞으로 10년 사이엔 어떻게 뇌질환이 발생하는지와 더불어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까지 알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의료비용이 줄어드는 긍정적인 효과도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리콘밸리=황정수 특파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