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경기 고양종합터미널 화재 사건에서 불길이 시작된 지하 1층을 임차했던 CJ푸드빌에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불을 낸 당사자는 실제 공사를 맡은 재하청 업체지만, CJ푸드빌이 푸드코트 입점을 위한 공사를 총괄해 관리·감독한 만큼 화재위험 방지 의무 소홀에 대한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롯데정보통신이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CJ푸드빌이 2억2000여만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9일 밝혔다.

CJ푸드빌은 2014년 5월 화재 당시 고양종합터미널 건물 지하 1층에 푸드코트를 열기 위해 내부 공사를 진행 중이었다. CJ푸드빌은 가스배관공사를 A업체에 맡겼고, 이 업체는 B업체에 다시 하도급을 줘 배관공사를 했다. 화재는 B업체의 배관공이 가스배관 용접작업을 하다 시작됐다. 불길이 천장의 우레탄폼에 옮겨붙으면서 확산했는데, 소방시설이 전혀 작동하지 않아 9명이 사망하는 등 총 69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롯데정보통신은 당시 지상 1층에 입점하려던 업체의 전산실에 각종 전산장비를 납품·설치하던 중이었으나 화재로 전산장비 일부가 훼손돼 재시공해야 했다. 롯데정보통신은 이후 CJ푸드빌과 배관공사를 맡은 업체, 터미널 건물의 시설관리 위탁업체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1심은 “발주자는 화재 발생과 관련한 주의의무위반 행위를 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배관공사 업체와 건물 관리 업체의 책임만 일부 인정했다.

2심 판단은 달랐다. 지하 1층을 임차한 CJ푸드빌의 책임도 인정했다. 재판부는 CJ푸드빌이 공사를 총괄해 관리·감독했다는 점을 들어 “화재 시 지하 1층을 사실상 점유·관리한 주체는 CJ푸드빌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CJ푸드빌은 공사 과정에서 화재 발생 등 위험을 방지해야 할 의무를 부담하고 있었다”며 “우레탄폼을 그대로 노출하고, 화재 초기 진화에 필요한 소방용구 미비 등 안전성도 갖추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대법원 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도 CJ푸드빌이 화재 당시 고양종합터미널 지하 2층 매장을 임차한 사람들의 피해도 배상할 책임이 있다며 하청업체 등과 공동으로 임차인에게 7억1800여만원을 배상하라는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오현아 기자 5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