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담당자들이 회사에서 징계절차를 진행하다 보면 만만치 않은 직원을 만나게 될 때가 있다. 징계의 하자를 주장하며 회사의 징계 진행 과정 하나하나에 문제가 없는지를 샅샅이 찾는 징계 대상자도 종종 만나게 된다.

난제 중 하나는 징계대상자에게 어느 정도까지 징계 관련 정보를 오픈해야 하느냐다. 특히 성 관련 비위나, 피해자가 있는 비위의 경우라든지, 징계를 판단하는 심사위원도 자신이 공개되는 것을 곤란해 하는 경우에 이런 문제가 불거진다.

이런 상황에 참고할만한 판결이 나왔다. 징계를 받은 피징계자는 징계를 내린 심사위원의 직책과 이름을 알 권리가 있다는 법원 판결이다. 징계위원이 누구인지 알아야 피징계 대상자가 징계위원에 대한 기피신청 등을 하는 등 방어를 할 수 있다는 이유다.

대구지방법원 제2행정부(재판장 박광우)는 지난달 31일 육군3사관학교 행정보급관 A가 육군3사관학교장을 상대로 청구한 정보 비공개결정취소 소송에서 이 같이 판단하고 원고 A의 손을 들어줬다.

A는 지난해 5월17일 품위유지의무위반(언어폭력, 영내폭행), 성실의무위반 등을 이유로 근신 10일의 징계처분을 받았다.

A는 이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국방부장관에게 "징계기록 전체 목록과 전체 서류 및 징계위원의 성명과 직책, 계급을 공개하라"는 청구를 했다. 이를 이첩받은 육군3사관학교 측은 일부 징계기록을 공개하면서도 △징계위원회 위원의 성명 및 직책 △참고인의 진술조서 중 참고인의 성명 등 신상에 관한 사항 등을 비공개했다.

비공개하는 이유(근거)로는 정보공개법 9조 1항 6호를 들었다. 해당 조항은 "성명·주민등록번호 등 개인정보로서 공개될 경우 사생활의 비밀 또는 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정보를 비공개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해 A가 육군3사관학교 측의 비공개 처분이 잘못됐다며 취소해 달라는 내용의 행정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법원은 "육군3사관학교 측은 해당 정보의 공개를 거부할 수 없다"며 A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징계위원의 성명 및 직책은 개인의 내밀한 비밀 등이 알려지는 것과 달라, 공개된다고 인격적·정신적 내면생활에 지장이 초래되거나 자유로운 사생활이 침해될 위험이 없다"며 "징계위원도 공무원으로서 직무수행 일환으로 참석한 것이므로, 직책과 성명은 비공개 대상 정보에 해당하지 않는다"라고 지적했다.

이외에도 "군인사법도 심의대상자(징계대상자)는 자신과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있는 징계위원을 기피 신청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며 "A로서도 (기피 신청하려면) 관여한 위원의 성명 및 직책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상태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는 "징계위원 명단을 공개 요청하는 것은 자신의 비위행위와 관련된 자가 징계위원으로 참석해 자기에게 불리한 판단한 것은 아닌가 확인하기 위한 것이므로, 인사담당자는 선제적으로 비위행위와 관련된 자를 징계위원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절차상 하자가 있다면 징계처분이 무효가 될 수 있다"며 "인사담당자가 주로 많이 하는 실수로는 본사 인사위원회로 진행해야 하는데 공장 인사위원회로 진행하거나, 임원으로 위원회를 구성해야 하는데 임원이 아닌 자가 포함된 경우 등이므로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