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인 이상 기업 정규직 근로자, 1월에 924만원 받아갔다
300인 이상 기업의 상용직 근로자의 1월 임금이 전년 동월에 대비해 크게 올라 역대 최고 수준인 924만원을 기록했다. 삼성, SK 등 대기업발 성과급 경쟁의 영향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반면 300인 미만 기업 상용직의 경우 코로나19 이전 수준에서 소폭 상승한 데 그쳤다. 대기업을 중심으로 한 1차 노동시장과 중소·중견기업을 중심으로한 2차 노동시장 간 이중 구조화 현상이 극심해져 계층화 현상으로 번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고용부가 31일 발표한 '2022년 2월 사업체 노동력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 근로자 1인당 월평균 임금은 472만2000원으로 전년 동월 대비 21.8%가 증가했다. 보통 1월 임금은 성과급·명절상여금 등 특별임금이 지급되는 시기인 탓에 다른 달 보다 임금이 높은 편이다.

정규직이나 고용계약기간이 1년 이상인 근로자를 의미하는 '상용 근로자'만 놓고 보면 최초로 500만원을 돌파해 502만원(전년 동월대비 22.8%↑)을 기록했다.

다만 상용근로자를 기업 규모별로 뜯어보면, 300인 미만 기업과 이상 기업 사이에는 큰 격차가 있었다. 300인 이상 기업에서는 1월 임금으로 924만8000원을 기록해 전년 동월 대비 38.2%가 증가했다. 반면 300인 미만 기업은 382만2000원으로 전년 동월 대비 15.1% 증가에 그쳤다. 증가액으로 보면 300인 미만 기업에서 50만원이 증가할 때, 300인 이상 기업은 205만원이 증가한 것이다.

특히 1월 임금 수준이 다른 달 보다 아무리 높다 해도, 300인 이상 기업 상용직 근로자의 임금이 900만원을 넘긴 적은 없다. 고용부는 "명절상여금 지급, 성과급 지급 시기 변경, 코로나19로 인한 기저효과"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코로나19가 산업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미치기 직전인 2020년 1월과 비교해도, 300인 미만 기업에서 32만원 증가할 때 300인 이상 기업은 255만8000원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300인 이상 기업의 상용근로자에게 지급되는 1월 특별급여(성과급 등)이 전년 동월 대비 104% 증가해 급격한 인상을 견인했다. 이는 최근 MZ세대가 주도한 삼성, SK하이닉스발 성과급 인상 경쟁이 불어닥치면서, 인재 유출을 막기 위해 대기업들이 앞다퉈 성과급을 올린 여파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또 카카오, 네이버 등 플랫폼·IT 분야 기업들의 지불 여력이 급증한 것과도 무관하지 않다.

300인 미만 기업의 특별급여도 141.5%나 증가했지만, 기존 특별급여의 규모 자체가 크지 않아 인상 금액 자체는 작았다. 실제로 2020년 1월과 비교하면 상용근로자의 특별급여 인상액은 300인 미만 사업장에서 14만1000원에 그친 반면, 300인 이상 사업장에서는 189만1000원으로 나타났다.

이에 중소기업과 대기업 사이 임금 간극이 확대되면서 노동시장 이중구조가 더 강화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 노동경제학자는 "노동시장 2중 구조가 아니라, 3중·4중 구조로 확대될 가능성도 보인다"며 "결국 양질의 근로자들이 중견·중소기업 취업을 거부하는 등 풀뿌리 산업의 인력 수준 저하가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다른 노사관계 전문가도 "1, 2차 노동 시장 간 이동이 점차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계층화 현상으로 번질 우려가 있다"며 "중소기업 근로자들의 상대적 박탈감도 무시할 수 없는 사회적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