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경구 치료제 담당약국에 공급된 '팍스로비드'. 사진=연합뉴스
코로나19 경구 치료제 담당약국에 공급된 '팍스로비드'. 사진=연합뉴스
코로나19 위중증 환자·사망자 증가에 속도가 붙은 가운데 먹는 코로나19 치료제 ‘팍스로비드’ 재고가 바닥을 보이고 있다. 방역당국은 현재 남은 물량으로 2주 더 버틸 수 있다고 밝혔지만, 의료 현장에선 이미 “약을 구하지 못해 사망하는 사람들이 나오고 있다”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위중증 급증하는데…팍스로비드 '바닥'
22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전날 기준 전국에 남아있는 팍스로비드 재고는 약 7만 명분이다. 국내에 도입된 16만3000명분 가운데 9만여 명분이 처방됐다.

문제는 팍스로비드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다는 것이다. 방역당국에 따르면 하루평균 팍스로비드 처방량은 3월 첫째주 1286건에서 지난주 5642건으로 4배 이상 급증했다. 최근 60세 이상 고령층 확진자가 늘어나면서 매일 5000~6000건씩 팍스로비드가 처방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방역당국 관계자는 “이런 추세라면 남은 물량으로 2주 정도 버틸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의료 현장에선 ‘팍스로비드 부족’이 이미 현실로 다가왔다는 지적이 나온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약국에 남아있는 팍스로비드가 없어서 최근 진료를 받은 고위험군 환자에게도 약을 처방하지 못했다”며 “약만 제때 먹었으면 상태가 나빠지지 않았을 사람들이 병원에 입원하고, 결국 사망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추가 도입 일정이 불투명한 것도 우려를 키우고 있다. 정부가 계약한 팍스로비드는 총 76만2000명분이다. 이 중 국내로 도입된 물량은 21.4%(16만3000명분)에 그친다. 지난 8일 4만5000명분을 마지막으로 2주째 추가 물량이 들어오지 않고 있다. 정부는 이달 말 추가 물량을 받는 방안을 화이자와 협의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일정은 정해지지 않았다. 의료계에선 “작년에 겪었던 코로나19 백신 수급난이 치료제에도 그대로 되풀이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위원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4월이 되면 (팍스로비드가) 완전히 동날 가능성이 있다”며 “제약사에 요청해 특허에 대한 로열티를 내고 국내에서 복제약을 만들 수 있을지 가능성을 타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위중증 환자는 연일 1000명대를 기록하고 있다. 21일 기준 코로나19 증상이 심해 인공호흡기 등을 달고 있는 환자는 1104명이다. 이날 오후 9시 기준 코로나19 확진자는 47만5276명으로 누적 1000만 명을 넘어섰다. 최종 집계가 마감되는 밤 12시까지 시간이 남은 만큼 23일 오전 발표되는 확진자는 50만 명 안팎을 기록할 전망이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