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암사망률 1위 '폐암'

암조직 세포 크기 작은 '소세포암'
뇌·간·뼈 등 곳곳으로 전이 빨라

폐암 환자 80%는 '非소세포암'
림프절 통해 느린 속도로 퍼져

기침 심하고 피 섞여 나오기도
가슴 통증·목 쉬고 호흡 곤란
체중 갑자기 줄고 식욕 감퇴

1~2기는 잘라내면 치료 가능
수술 기법·혁신 신약 발달로
3기라도 완치 가능성 커져
‘암 중의 암’ ‘죽음의 암’ ‘공포의 암’…. 모두 폐암을 따라다니는 꼬리표다. 폐암이 악명이 높은 건 암 중에서 사망률 1위이기 때문이다. 발병 초기엔 증상이 거의 없는 탓에 환자 10명 중 8명(대한폐암학회)은 암이 주변으로 퍼진 다음에야 진단받는다. 발병률도 작년 기준으로 ‘한국인의 암’인 위암을 제치고 2위로 올라섰다(1위는 갑상샘암).

하지만 폐암이라고 해서 모두 같은 건 아니다. 폐암 환자의 80%가량을 차지하는 ‘비소세포폐암’은 3기까지 진행돼도 완치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암이 빠른 속도로 전이되는 ‘소세포폐암’과 달리 이 암은 정기적인 검진을 통해 조기 진단하면 수술만으로도 완치할 수 있다. 수술이 불가능한 환자라도 면역항암제, 표적항암제 등으로 생존율이 높아지는 추세다. 비소세포폐암은 무엇인지, 어떻게 치료해야 하는지, 폐암을 예방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살펴봤다.
폐암 생존율 높아진다…신약 덕에 수술 불가능한 3기도 완치 가능 [이선아 기자의 생생헬스]

○기침·가슴통증 땐 폐암 의심
폐암은 크게 두 개로 나뉜다. 가장 큰 차이점은 세포 크기다. 현미경으로 암 조직을 관찰했을 때 작은 세포로 이뤄져 있으면 ‘소(小)세포폐암’, 그렇지 않으면 ‘비(非)소세포폐암’이다. 소세포폐암은 병 진행 속도가 매우 빠른 게 특징이다. 회백색의 암 덩어리가 기관지 벽을 따라 커지며, 뇌·간·뼈·부신·신장 등 곳곳으로 전이된다. 이에 비해 비소세포폐암은 전이 속도가 더디다. 주변의 림프절을 통해 암이 퍼진다. 보통 폐암 환자의 80~85%는 비소세포폐암 환자다.

비소세포폐암은 암이 생기는 위치에 따라 또 나뉜다. 가장 환자가 많은 건 ‘선암’이다. 폐에서 체액을 분비하는 선(腺) 세포에 암이 생기는 경우다. ‘폐암은 흡연자가 걸린다’는 인식과 달리 선암은 담배를 피우지 않는 사람에게도 발병한다. 림프절, 간, 뇌 등에 전이되기 쉽다. 암이 기관지점막 세포에 생겼다면 ‘편평상피세포암’이다. 이 암은 주로 흡연으로 인해 생긴다. 선암에 비해 다른 장기로의 전이가 적은 편이다. 폐암 환자의 10% 미만을 차지하는 ‘대세포암’은 폐 표면에 주로 생기는 큰 암이다. 대세포암은 선암, 편평상피세포암보다 빠르게 전이되고 예후도 나쁘다.

폐암의 종류는 다양하지만 증상은 비슷하다. 보통 기침이 멈추지 않고, 가래에 피가 섞여 나온다. 암이 기관지를 막으면서 가슴통증, 호흡곤란, 호흡 시 쌕쌕거리는 소리(천명)가 나타나기도 한다. 성대가 마비되면서 목소리가 쉬는 경우도 있다. 만약 암이 뇌까지 전이되면 구토·두통 증상이 나타나고 말투가 어눌해진다. 이 밖에 체중이 갑자기 감소하고, 식욕이 떨어지며, 피로감과 권태감이 심해진다.
○1~2기 땐 폐 절제술로 완치 가능
폐암은 다른 암에 비해 악명이 높다. 생존율이 90% 이상인 갑상샘암, 유방암, 전립선암 등은 ‘순한 암’이라고 불리지만, 폐암은 공포의 대상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0년 폐암의 사망률은 인구 10만 명당 36.4명으로 암 중에서 1위였다. 간암(20.6명), 대장암(17.4명), 위암(14.6명), 췌장암(13.2명)보다 높다.

병이 어느 정도 진행될 때까지 특별한 증상이 나타나지 않기 때문이다. 가슴통증, 호흡곤란, 두통 등은 암이 전이되면서 나타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폐암 병기별 진단 비율을 조사한 결과 ‘말기 폐암’인 4기는 40.4%(2018년 기준)였다. 환자의 10명 중 4명은 4기가 돼서야 폐암을 진단받는다는 뜻이다. △암이 5㎝ 이하면서 림프절 전이가 없는 1기 환자는 31.4% △폐 안 림프절까지 암이 전이된 2기는 9.8% △종격동(가슴뼈와 척추 사이의 빈 공간) 림프절까지 전이된 3기 환자는 18.4%였다.

치료 목표와 방법도 병기에 따라 달라진다. 1~2기는 폐를 잘라내는 수술로 완치가 가능하다. 한쪽 폐를 절반가량 떼어내는 폐엽절제술이 대표적이다. 암이 2㎝ 이하일 때 일찍 발견했다면 폐엽 전체가 아니라 일부분만 잘라내는 구역절제술을 시행할 수도 있다. 김대현 강동경희대병원 흉부외과 교수는 “구역절제술은 폐엽절제술에 비해 폐 기능을 5~10%가량 더 보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암의 ‘완치’ 여부를 결정하는 5년 생존율은 1기가 70~80%, 2기가 50~60% 정도다.
○전이 많이 된 ‘말기환자’도 신약으로 완치
3기가 되면 이 생존율은 15~35%로 떨어진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완치가 아예 불가능한 건 아니다. 먼저 의료진의 정밀분석을 통해 폐 절제술을 시행할 수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3기 중에서도 전이 범위가 크지 않은 3a기까지는 수술할 수 있다. 만약 전이된 부분이 큰 3b기 이상이라면 치료 목표는 ‘완치’가 아닌, ‘생명 연장’이 된다.

하지만 최근에는 혁신신약이 개발되면서 폐암 3b기 환자들에게도 완치의 길이 열렸다. 미국 MSD의 ‘키트루다’, 아스트라제네카의 ‘임핀지’ 등 면역항암제가 3기 폐암 환자들의 치료에 쓰이면서다. 3기 비소세포폐암 환자들에게 임핀지를 투여했더니 5년 생존율이 43%까지 올랐다는 임상결과도 있다. 10명 중 4명은 완치됐다는 뜻이다. 아스트라제네카의 ‘타그리소’, 유한양행이 개발한 ‘렉라자’도 표피성장인자수용체(EGFR) 유전자 돌연변이가 있는 비소세포폐암 3~4기 환자에게 쓰이고 있다.

홍숙희 서울성모병원 종양내과 교수는 “3기 폐암 환자들은 과거엔 치료를 포기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새로운 치료제가 등장하면서 수술과 비슷한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게 됐다”며 “완치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말했다.
○20년 전 담배 끊어도 정기적 진단해야
폐암을 예방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담배를 끊고 간접흡연을 피하는 것이다. 직접흡연은 폐암 발병 위험을 13배, 장기간 간접흡연은 1.5배 증가시킨다. 그렇다고 모든 사람이 쉽게 금연할 수 있는 건 아니다. 바로 금연이 어렵다면 정기적인 진단을 해서라도 폐암을 일찍 찾아내는 데 집중해야 한다. 저선량 컴퓨터단층촬영(CT)이 대표적이다. 일반 CT보다 방사선량을 6분의 1로 줄여 방사선 노출을 최소화했다.

과거에 담배를 피우다가 끊은 경우라도 정기적인 진단이 필요하다. 하직환 인천성모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흡연과 폐암 발생 사이에는 약 20년의 간격이 있다는 연구가 있다”며 “만약 20세에 흡연을 시작해 40세에 금연했더라도 60세 이후에 폐암이 생길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흡연만 피한다고 폐암에 안 걸리는 건 아니다. 음식을 조리할 때 생기는 유해연기, 라돈 등 방사성물질 노출, 기존에 앓던 폐 질환, 미세먼지 등도 폐암을 유발할 수 있다. 대한폐암학회 관계자는 “폐암 유발 물질이 많은 곳에서 작업하거나 미세먼지가 많은 봄철에 외출할 땐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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