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맞기 전 A 씨의 머리(좌측)와 백신을 맞은 후. /사진=연합뉴스
백신 맞기 전 A 씨의 머리(좌측)와 백신을 맞은 후. /사진=연합뉴스
"샤워하는 데 갑자기 머리가 우수수 빠지기 시작했어요."

일부 20대 남성들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맞은 후 탈모 증상을 호소하고 있다.

9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울산에 거주하는 남성 A(23) 씨는 지난해 모더나 백신을 맞은 후 머리카락이 계속 빠져 정수리 등 두피가 훤히 보이는 상태다.

그는 9월 25일 1차 백신을 맞았고 주사 부위의 근육통만 앓았다. 이후 10월 30일 2차 접종 후엔 고열로 식사도 하지 못하고 약만 먹으며 잠을 잤다고 했다.

하루 만에 열이 내린 A 씨는 일상생활을 시작했다. 문제는 2주 후 벌어졌다. 샤워를 하는데 평소보다 많은 머리카락이 빠지기 시작한 것.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던 A 씨에게 2주 후 여자친구는 "옆머리가 거의 다 없어졌다"고 했다.

놀란 A 씨는 질병관리청에 연락을 했고, 백신 접종 병원에서 인과성 검사를 받을 수 있도록 신고를 하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하지만 두 곳의 병원에서는 인과성 검사는 소용없으며 보상도 받을 수 없다고 입을 모았다.

현재 A 씨는 2주에 한 번씩 탈모 방지 주사를 맞고 있는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A 씨는 "모더나 2차 접종 3개월 만에 머리카락이 절반도 안 남았다"며 "한 달만 더 지나면 완전히 민머리가 될 것 같다"고 토로했다.

이어 "백신 접종 후 탈모 증상이 있는 분들이 많은 걸로 안다"며 "당국이 사태의 심각성을 좀 알아주고 제대로 된 보상안이 나왔으면 한다"고 말했다.

A 씨뿐만 아니라 경기도 광주시의 B(27) 씨도 화이자 백신을 접종한 후 탈모 증상이 있다고 주장했다.

B 씨는 지난달 4일 화이자 백신 2차를 접종한 후 미용실에 갔는데 탈모 조짐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3일 뒤부터 정수리 부근에 머리가 빠져 4~5cm가량 탈모가 진행됐다고 했다.
20대 C 씨도 백신 3차 접종 후 탈모 증상을 호소했다. /사진=SNS
20대 C 씨도 백신 3차 접종 후 탈모 증상을 호소했다. /사진=SNS
20대 여성 C 씨의 어머니는 지난 2일 자신의 블로그 등에 자신의 딸이 모더나 백신 3차 접종 후 탈모가 진행 중이라고 호소했다.

C 씨 모친은 "딸이 백신을 맞고 눈에 보이게 원형탈모가 시작됐다"며 "백신 맞기 전엔 숱도 많고 건강한 모발이었는데 백신 맞고 하루아침에 무서울 정도로 머리가 빠져 엄청나게 울었다"고 했다.

C 씨가 한 번 머리 감을 때마다 한 손에 움켜쥐기 힘들 정도의 머리카락이 빠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강선우 의원이 질병관리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10일까지 접수된 이상반응 중 탈모 관련 신고는 240건이었다. 아스트라제네카 98건, 화이자 71건, 모더나 65건 순이었다. 얀센은 6건이었다.

특히 신고자 성별로 보면 여성이 172건으로 남성 68건보다 많았다. 여성이 남성의 3배에 달한 셈이다. 연령별로는 50대가 80건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60대 54건, 40대 41건 순이었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