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이 입법을 추진 중인 경찰관의 ‘형사책임 감면 규정’을 두고 시민사회 일각에서 공권력 남용을 우려하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올 들어 경찰관이 업무 중 폭행이나 협박을 당하는 일이 한 달에 510번꼴로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공무집행방해에 대한 처벌 수위도 대부분 집행유예나 벌금형에 그친 것으로 나타나 입법화 과정에서 찬반 논란이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7일 경찰청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10월 말까지 경찰관을 상대로 한 공무집행방해 범죄는 총 5187건(검거 5300명)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공무집행 중 폭행이나 협박을 당한 경찰관이 한 달 평균 최소 510명에 달한다는 의미다.

같은 기간 벌어진 전체 공무집행방해 발생 건수(6261건)와 비교하면, 경찰을 상대로 한 공무집행방해는 유독 많은 편이다. 경찰 관계자는 “매년 벌어지는 전체 공무집행방해 사건 대부분은 경찰관을 대상으로 한 범행”이라고 설명했다.

공무집행방해 범죄가 끊이지 않는 데는 ‘솜방망이 처벌’이 핵심 원인으로 꼽힌다. 공무집행방해 범죄는 2007년부터 매년 1만 건 넘게 발생하고 있다. 이 가운데 피의자가 구속된 비율은 5~10% 수준이다. 이후 재판에 넘겨져도 벌금형이나 집행유예를 선고받는 사례가 대다수라는 게 법조계의 설명이다.

지난 6월 경찰관에게 욕하고 양손으로 얼굴을 때린 혐의로 기소된 A씨는 지난달 법원에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았다. 당시 A씨는 가정폭력 현행범으로 체포된 와중에 범행을 저질렀지만, 법원은 초범이라며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같은 달 10일 춘천에서는 술에 취해 경찰관에게 욕하고 가슴을 밀친 B씨가 300만원 벌금형을 받는 데 그쳤다. 한국경제신문이 법원의 판결문 검색 시스템을 통해 분석한 결과, 지난달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1심 판결이 내려진 사건(18건) 전부가 집행유예(11건)나 벌금형(7건)이었다.

현장 경찰관들은 “공무집행방해 행위가 벌어져도 과감한 현장 진압이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현장에서 물리력을 행사하다가 직권남용 등으로 송사에 휘말리는 일이 많기 때문이다. 경찰관 형사책임 감면 규정 입법화와 관련해 참여연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등 시민단체들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경찰의 물리력 남용 가능성을 열어준다”며 입법 절차 중단을 요구했다.

양길성 기자 vertig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