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20일 서울 한 구청 민원실에서 공무원노조 조합원이 점심휴무제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전국공무원 노조는 이날 부터 점심휴무제 시행 촉구 캠페인을 벌인다. /사진=뉴스1
10월 20일 서울 한 구청 민원실에서 공무원노조 조합원이 점심휴무제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전국공무원 노조는 이날 부터 점심휴무제 시행 촉구 캠페인을 벌인다. /사진=뉴스1
일부 지방자치단체를 중심으로 낮 12시부터 오후 1시까지 공공기관 운영을 일시적으로 전면 중단하는 '점심시간 휴무제'를 도입하는 곳이 늘어나는 가운데 반발 역시 만만치 않다.

공무원 점심시간 휴무제는 2017년 2월 경남 고성에서 처음 시행돼 현재 경기 양평군, 전남 담양군과 무안군, 전북 남원시, 충북 제천시와 보은군 등이 시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7월 광주광역시 산하 5개 구청 민원실이 광역지자체 중 처음으로 이 제도를 시행한 이후 부산과 경남 공무원노조도 제도 도입을 주장하고 나섰다.

공무원들의 점심시간에는 인터넷 또는 무인 서류 발급 서비스 등만 이용이 가능하다. 하지만 점심시간에 시간을 내서 관공서 업무를 이용할 수 밖에 없는 직장인이나 무인 기기 이용 등 비대면 서비스에 서툰 노년층을 중심으로 반발과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점심 시간, 법으로 보장된 권리"

공무원노조 부산지역본부 등 점심시간 휴무제를 주장하는 공무원노조 측의 입장은 점심시간인 낮 12시부터 오후 1시까지 공공기관을 찾는 민원인을 응대하지 않는 것이다. 전화도 받지 않는 등 휴식권 보장을 위해 기관 운영을 일시 중해야 한다는 거다.
10월 20일 서울 한 구청 민원실에 점심휴무제를 알리는 배너가 놓여 있다. 전국공무원 노조는 이날 부터 점심휴무제 시행 촉구 캠페인을 벌인다.사진=뉴스1
10월 20일 서울 한 구청 민원실에 점심휴무제를 알리는 배너가 놓여 있다. 전국공무원 노조는 이날 부터 점심휴무제 시행 촉구 캠페인을 벌인다.사진=뉴스1
무인 민원기 보급 등으로 업무 대부분을 비대면으로 처리할 수 있다는 점도 근거로 들고 있다.

실제로 공무원의 점심시간 휴식은 법적으로 보장돼 있다. 현행 지방공무원 복무규정 제2조 2항에 따르면 공무원의 점심시간은 낮 12시부터 오후 1시까지며, 지자체장이 직무의 성질·지역 또는 기관의 특수성을 고려해 필요하다고 인정할 경우 1시간 범위에서 점심시간을 달리 운영할 수 있다.

현재 대부분의 지자체는 오전 11시~낮 12시, 낮 12시~오후 1시로 나눠 교대로 식사하며 민원실을 운영하고 있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은 공무원의 건강권과 복지권을 보호하기 위해 낮 12시부터 오후 1시까지 주민센터나 구청 등 공공기관의 운영을 전면 중단하는 점심시간 휴무제를 주장하고 있다.

"민원 업무 보려 연차 내야 하나"

점심시간 휴무제 도입에 반발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평일에만 운영되는 공공기관 특성상 대부분의 직장인은 점심시간을 이용해 관공서를 이용한다. 공무원 점심시간 휴무제 확산 소식이 알려지자 기사 댓글과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민원 하나 처리하려 연차를 써야 하냐"라는 반감이 적지 않다.

또한 "무인발급기로 업무 대체가 가능하면, 그 인력 남겨놓고 정리해도 되는 거 아니냐", "일반 직장인들도 돌아가면서 점심식사하며 교대근무 하는 곳이 적지 않은데, 못쉬게 하는 것도 아니고 왜 무조건 다 쉬겠다는 거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특히 여권 발급과 같은 대표 민원, 기초생활수급자 신청 같은 복잡한 업무는 발급기나 인터넷 처리가 안 된다. 여기에 "공무원 인권 주장하다가 장애인, 노년층 등 전자기기 사용에 서툰 고령층에 대한 인권은 무시당한다"는 날 선 지적도 적지 않다.

공공기관 내에서도 점심시간 휴무제에 대한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충남 논산시는 내년 1월 1일부터 점심시간 휴무제를 도입하기로 했으며, 부산시 기초단체장들은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광주시는 산하 5개 구청이 점심시간 휴무제를 지난 7월부터 시행 중이지만, 이용섭 광주시장은 "세상이 바뀌었지만 공무원은 국민의 공복, 시민의 봉사자"라면서 "공직자가 조금 불편하고 힘들어야 시민들이 편하다. 그것이 공무원의 자세라고 생각한다"면서 '점심시간 휴무제'를 도입하지 않았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