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대학병원 정원 미달 속출, 산부인과 등 특정 과목 기피 심각
전문가 "자부심·경제적 보상 필요…미국식 병원 배정 방법 고려도"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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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을 제외한 전국 지방 병원들의 전공의(레지던트)·수련의(인턴) 부족 현상이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

정원을 채우지 못하는 곳들이 부지기수여서 이 대로 가면 지방 의료체계가 붕괴할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전공의의 경우, 특정 전공과목 쏠림 현상도 심해 현실에 맞지 않는 보건복지부와 학회의 심사 기준을 고치고 처우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경북대병원은 올해 수련의 정원이 91명인데 68명밖에 모집하지 못했다.

그나마 68명 중 3명은 중도에 하차했다.

전공의는 53명을 모집해 정원 74명을 채우지 못했다.

영남대병원 소아청소년과 전공의에는 아무도 지원하지 않았다.

대구 지역 수련 병원 6곳(경북대병원·칠곡경북대병원·영남대병원·계명대병원·대구가톨릭대병원·대구파티마병원) 중 올해 1년 차 소아청소년과 전공의를 확보한 병원은 대구가톨릭대병원 단 1곳뿐이다.

영남대병원 관계자는 "수련의와 전공의가 병원에 항상 부족하다"며 "본과를 졸업하고 나서 수도권으로 갔는지, 아니면 지역 내 다른 병원으로 갔는지 향방을 파악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충북대병원 역시 최근 3년간 전공의 수가 정원보다 턱없이 부족했다.

2019년 정원 61명 중 10명, 2020년 정원 67명 중 11명이 부족했고 올해는 정원 68명 중 9명이 미달됐다
주로 소아청소년과, 산부인과, 가정의학과, 비뇨의학과 등이 전공의를 들이지 못했다.

이는 다른 과목에 비해 노동 강도가 높아 본과 졸업생들이 지원을 꺼리기 때문이다.

전공의 미달 사태를 겪은 과는 전담간호사 또는 의료보조 인력 등을 채용해 인력난을 해결해보려고 고군분투하고 있다.

전문의들이 전공의의 당직을 전담해 결원에 따른 의료공백을 메우고 있다.

충북대병원 관계자는 "우리 병원은 전공의 설문조사에서 수련 환경이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았으나 부족한 인지도 때문에 미달 사태가 발생했다"며 "(전공의 공백을 메우는) 교수들이 진료에 많은 시간을 투입하다 보면 높은 피로도로 인해 최신 연구에 뒤떨어지는 악순환이 계속된다"고 토로했다.

전북대병원도 2019년 정원 44명 중 35명, 2020년 정원 48명 중 37명, 올해 정원 43명 중 36명밖에 전공의를 충원하지 못했다.

불행 중 다행으로 수련의는 3년 연속 정원을 채웠다.

수준 높은 복지혜택과 근무 환경 등 장점을 보고 지원자들이 몰렸다는 게 전북대병원의 설명이다.

강원대병원은 다른 병원과는 결이 다른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전공의와 수련의 정원 규모가 전국에서 꼴찌 수준인데다, 성형외과나 피부과와 같이 선호도가 높은 과목에는 전공의 정원이 배정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강원대 의과 계열 졸업생의 다른 병원 인턴 수련율은 2019년 45.8%, 2020년 34.6%, 2021년 45.8%로 매우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강원대병원 관계자는 "정원 부족의 근본적인 문제는 지방 병원의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보건복지부와 각 학회의 심사기준 탓"이라며 "다년간 실적을 합산한 결과를 토대로 전공의를 배정하는 등 수도권 병원과 경쟁이 어려운 지방 병원에 획일적인 심사기준을 적용해 이런 문제가 발생했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병원들은 전공의, 수련의들이 지역 병원에 뿌리내리게 할 유인책이 절실하다고 입을 모은다.

충북대병원 관계자는 "미국처럼 전체 인턴을 성적순으로 배열하거나 한꺼번에 관리해 통합된 기관에서 전국의 각 병원으로 배정하는 것도 문제를 해결할 하나의 방법"이라며 "우수한 전문의 양성이라는 목적 아래 전공의 급여 추가 지원, 기피 전공과목 수련 기간 추가 수당 지급 등이 뒷받침되면 가능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전북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결국 의대 학생들이 이른바 비선호 기피 과목을 선택하게 하려면 의료인으로서 자부심과 보람, 경제적 여유 등을 느끼게 해줘야 한다"면서 "몇 날, 며칠 동안 날을 새고 환자를 돌보는 등 촌각의 다투는 의료 현장에서 고생하면 그에 상응하는 보상이 뒤따른다는 인식을 심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전북대병원 홍보팀 한 관계자는 "이러한 상황을 장기간 방치하다간 자칫 지방 의료체계가 붕괴할수 도 있다는 우려가 의료진들사이에 있다"고 말했다.

(박영서 천경환 김선형 임채두 기자)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