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정민용, 공모지침서 들고 시장실 방문' 진술 확보…정민용 "보고한 적 없다"
李측근 정진상, 황무성 사장 사퇴 종용 의혹…정진상은 부인
대장동 사업 초반 등장한 이재명·정진상…수사 향배 주목
대장동 개발의 밑그림이 정해지던 사업 초반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 측과 관련된 주변 진술들이 나오면서 향후 검찰 수사 방향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전담수사팀은 최근 '대장동 4인방'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성남도시개발공사 전략투자팀장으로 근무했던 정민용 변호사가 2015년 2월께 공사 이익을 확정한 내용의 공모지침서를 작성해 이 시장에게 직접 보고하러 갔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에서 이 시장은 정 변호사의 보고를 받고 '공공이익 확보는 좋지만, 민간 사업자를 모으려면 민간에 수익을 좀 더 줘야 하지 않느냐'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당시 공사의 확정 이익은 4천400억원, 민간에 돌아갈 이익은 1천800억원으로 추산됐다.

이 지사 측은 그동안 공모지침서 작성이나 사업 협약 단계에서 공사 측에서 직접 보고를 받은 적은 없다는 입장이었다.

이 지사는 지난 18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제가 한 설계는 어떻게 하면 민간 이익을 최소화하고 공공이익을 최대로 환수하느냐(였다)"라고 답하기도 했다.

검찰이 대장동 4인방 조사 과정에서 확보한 진술이 사실이라면 이 지사의 최근 발언은 과거 자신의 입장과 다소 결이 다르다.

다만 당시 이 시장에게 직접 보고했다는 의혹을 받는 정 변호사는 이날 검찰 출석길에 취재진에게 "그런 적 없다.

검찰에서 다 설명해 드리겠다"며 부인했다.

이 지사의 '오른팔'로 불리는 정진상 당시 정책실장이 황무성 초대 성남도개공 사장의 사퇴를 압박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전날 한 언론에 공개된 2015년 2월 6일자 황 전 사장과 당시 유한기 개발사업본부장의 녹취록에서 유씨는 "정 실장"을 8번이나 언급하며 황 전 사장에게 사퇴를 종용했다.

여기에서 거론된 '정 실장'은 정 전 실장으로 추정된다.

녹취에서 황 전 사장은 유씨에게 "(사직서를 받아오라고) 당신에게 떠다미는 것이냐, 정 실장도 유동규(공사 기획본부장)도 그러느냐"며 배후를 추궁했고, 유씨는 "정도 그렇고 유도 그렇고, 양쪽 다"라고 답했다.

황 전 사장이 이처럼 사퇴 압박을 강하게 받은 날은 성남시의회로부터 대장동 사업 출자 타당성 의결을 받은 직후이며, 대장동 사업 주무 부서가 개발2팀에서 개발1팀으로 갑자기 바뀐 즈음이기도 하다.

2월 6일 당일엔 화천대유자산관리가 설립되기도 했다.

황 전 사장은 사퇴 압박을 버티다 그해 3월 초 임기를 절반도 못 채우고 사퇴했고 이후 대장동 개발 사업은 유 전 본부장이 진두지휘했다.

정 전 실장은 그러나 "어느 누구와도 황 사장 거취 문제를 의논하지 않았고, 정책 담당 비서로서 산하 기관의 공약 사업 진행 상황은 챙기지만 인사 등에는 일절 개입하지 않는다"며 의혹을 부인했다.

또 "만약 황 사장을 강제 퇴임시키려 했으면 유동규 본부장이 사장으로 갔을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전날 황 전 사장을 불러 유 전 본부장이나 정 전 실장 측에서 사퇴 압박을 받은 구체적 경위, 당시 이 지사의 입김이 작용했는지 등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황 전 사장 사퇴 배경에 이 지사의 직접적인 지시가 있었다면 직권남용이나 강요 혐의까지도 연결될 가능성이 있다는 게 법조계의 시각이다.

실제 시민단체 사법시험준비생모임은 전날 유 전 본부장과 정 전 실장, 유한기 당시 개발사업본부장 등을 직권남용 혐의로 대검찰청에 고발했다.

앞서 검찰은 이달 21일 유 전 본부장을 기소하면서 대장동 부지가 막대한 개발 이익을 기대할 수 있는 노른자위 땅이라며 공소장에서 빠진 배임 혐의 적용 가능성의 여지를 남겨두었다.

유 전 본부장에게 배임 혐의가 추가 적용된다면 결재 라인을 타고 올라가는 '윗선' 수사도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대장동 사업 초반 등장한 이재명·정진상…수사 향배 주목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