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다단계·방문판매업자에게 1억원대 돈을 빌렸다가 알선수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경찰관에게 무죄가 확정됐다. 재판부는 거액을 받으면서 업자를 봐줄 만큼 특별한 사건이 없는 등 유죄를 인정할 명확한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기소된 경찰관 A씨의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8일 밝혔다.

A씨는 2015년 12월 불법 다단계·방문판매업자 B씨에게서 1억5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재판을 받아왔다. A씨 누나의 렌터카 사업이 어렵다는 이유였다.

B씨는 A씨가 과거 가족 형사 사건 변호사 선임을 도와준 것을 계기로 인연을 맺었다. 이후 B씨는 A씨에게 명절 떡값 명목으로 50만∼300만원을 수차례 건넸고 A씨는 B씨가 연루된 사건 관련 내용을 확인해준 것으로 조사됐다.

1심은 A씨의 혐의를 인정해 징역 1년 10개월을 선고했다. A씨는 “돈을 받은 것이 아니라 빌린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 판결은 2심에서 뒤집혔다. 재판부는 “A씨의 유죄를 인정할만한 명확한 증거가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A씨가 돈을 받을 당시 1억5000만원이라는 거액을 받고 B씨를 봐줄 만큼 특별한 사건을 찾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A씨가 떡값 명목으로 받아온 돈과 달리 1억5000만원은 실제로 빌린 돈으로 볼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A씨가 돈을 받으면서 차용증을 작성한 것으로 보이고 과거에도 담보 없이 돈을 빌린 적이 있는 점도 무죄 판단의 근거가 됐다. 검사는 상고했지만 대법원은 이를 기각했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