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압류한 전범기업 미쓰비시중공업의 상표권과 특허권에 대한 매각 명령을 내렸다. 한국 법원이 일본 전범기업을 대상으로 자산 매각 명령을 결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피해자 측이 자산 매각에 나설 경우 한·일 관계에도 파장이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김용찬 대전지방법원 민사28단독 부장판사는 강제징용 피해자인 양모씨, 김모씨 측과 미쓰비시중공업 측에 압류된 상표권과 특허권을 매각할 것을 명령했다. 피해자 측이 요청하면 바로 매각 절차를 밟을 수 있게 된 것이다.

법원은 양씨와 김씨에 대해 이들 상표권과 특허권을 매각해 1명당 2억973만1276원을 확보하도록 했다. 매각 대상은 양씨가 압류한 상표권 두 건과 김씨가 압류한 특허권 두 건이다. 이 중 1억2000만원은 양씨와 김씨가 청구한 손해배상 금액이며, 나머지는 이자와 지연손해금 등이다. 양씨와 김씨 측은 조만간 상표권 매각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양씨 등 피해자 11명은 세 차례에 걸쳐 미쓰비시중공업 등을 상대로 국내 법원에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은 2018년 대법원에서 최종 승소했다. 하지만 피고 기업들은 배상 이행을 거부했다.

이에 따라 피해자들은 특허청이 있는 대전지법에 미쓰비시중공업이 한국 내 소유한 상표권과 특허권에 대해 압류명령을 신청했고 대전지법은 이를 받아들였다. 미쓰비시중공업은 항고했으나 지난 2월과 3월 모두 기각됐다. 대법원도 “전범기업 자산에 대한 압류 조치가 정당하다”고 판결한 바 있다.

오현아 기자 5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