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징계 의결 뒤 공지해도 공익 달성 가능"
서울 서초동 대법원 / 사진=연합뉴스

서울 서초동 대법원 / 사진=연합뉴스

특정 직원에 대한 징계 절차가 시작됐다는 내용의 문서를 회사 내부 게시판에 게시하는 행위는 명예훼손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인사담당 직원 A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수원지법에 돌려보냈다고 20일 밝혔다.

A씨는 같은 회사 직원인 B씨에 대한 징계 절차가 시작됐다는 내용을 담은 문서를 회사 내부에 게시하도록 관리소장에게 지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은 A씨의 행위가 명예훼손에 해당한다고 보고 벌금 30만원을 선고했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이 사건 문서의 내용은 회사 내부의 원활하고 능률적인 운영의 도모라는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대법원에서 판결은 다시 뒤집혔다. 대법원은 “공적인 측면이 있다고 해서 징계절차에 회부된 단계부터 그 과정 전체가 낱낱이 공개돼도 좋다고 말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또 “(문서에는) 개략적인 징계사유가 기재돼 있으므로, 단순히 ‘절차에 관한 사항이 공개된 것이라고 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대법원은 이어 “(징계절차가 시작됐다는 사실이) 공개되는 경우 피해자가 입게 되는 피해의 정도는 가볍지 않다”며 “원심이 밝힌 것과 달리 ’이 사건 내부의 원활하고 능률적인 운영의 도모‘라는 공익이 달성될 수 있을지도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공공의 이익이 있다고 하더라도 징계 의결이 이뤄진 후에 그와 같은 사실을 공지하더라도 공익은 충분히 달성될 수 있다고 보인다”며 “이 사건 회사 운영 매뉴얼에서 조직 내 공공성을 해칠 수 있다고 판단되는 사항일 경우 공공의 이익을 위해 징계결정이 이뤄진 이후 그와 같은 내용을 공지할 수 있도록 근거를 마련해 두고 있는 것도 이 점을 반영한 결과”라고 했다.

그러면서 “원심판결에는 명예훼손죄에서의 ’공공의 이익‘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판시했다.

최한종 기자 onebel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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