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일제강점기 강제노역 피해자에 대한 배상 판결을 이행하지 않고 있는 일본 미쓰비시중공업의 국내 채권을 압류하는 결정을 내린 것으로 확인됐다.

18일 법조계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수원지법 안양지원은 미쓰비시중공업 관련 기업인 미쓰비시중공업엔진시스템과 거래한 LS엠트론의 물품 채권 8억5000만원에 대해 압류·추심 명령을 내렸다. LS엠트론이 트랙터 엔진 등 부품을 산 뒤 미쓰비시중공업엔진시스템에 보내기로 한 금액이다. 이번 압류·추심 명령은 ‘미쓰비시중공업 거래 대금을 압류해 달라’는 강제노역 피해자의 요청을 법원이 받아들인 데 따른 것이다.

LS엠트론 측은 이날 법원으로부터 이 같은 통지를 받았다. 이번 법원 결정으로 LS엠트론은 미쓰비시중공업엔진시스템에 자금을 보낼 수 없게 됐다.

2018년 11월 대법원은 미쓰비시중공업이 강제노역 피해자와 유족 등 5명에게 1인당 1억~1억5000만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미쓰비시중공업은 법원 판결을 이행하지 않았다. 피해자들은 미쓰비시중공업이 위자료 지급을 미루자 2019년 3월 대전지법을 통해 한국 내 상표권 2건과 특허권 6건을 압류하는 절차를 밟은 데 이어 매각 명령도 신청했다. 그러나 상표권 현금화에 난항을 겪는 등의 이유로 피해자들은 아직까지 위자료를 받지 못한 상황이다.

이번 법원 결정으로 강제동원 피해자들이 보상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내 기업과의 금전 채권이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다만 LS엠트론 관계자는 “우리가 거래한 기업은 미쓰비시중공업이 아니라 미쓰비시중공업엔진시스템으로 별개 기업”이라며 “사실관계를 확인해본 뒤 법원의 판결을 따르는 방향으로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최한종/이수빈 기자 onebe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