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 에이스기계 사장 "中企현장에 필요한 인재 직접 키워 채용"
“기업들이 필요한 인재를 대학이 키워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목마른 자가 우물을 파는 심경으로 현장에 적합한 학과를 개설하자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경기 시화국가산업단지에서 기계 설비를 만드는 에이스기계의 이철 사장(사진)은 5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현행 대학 교육의 맹점을 지적하며 이같이 말했다. 에이스기계는 종이박스 제조설비 분야 국내 1위 기업이다. 그는 대학 교육의 현실과 제도가 바뀌기를 기다리다 최근 지역 대학과 의기투합해 현장 실무형 학과를 개설했다. 시화 산단 인근 신안산대에서 내년 1학기부터 강의가 시작되는 ‘스마트 패키징’ 학과다.

스마트 패키징 학과는 졸업 후 에이스기계에서 생산하는 자동포장 설비 운용자로의 취업과 동시에 신입사원 기준 4000만~5000만원 이상의 연봉이 보장된다. 이 학과에선 자동포장 설비에 특화된 교육과 전기·전자·기계·포장·디자인·인쇄 등 다양한 융합 교육이 이뤄진다. 교육의 50%가량은 현장 실습형 과정으로 구성될 예정이다. 이 사장은 “몸이 기억하면 머리는 영원히 기억한다”며 “기업이 필요로 하는 전문가로 양성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소기업과 지역 대학 간 새로운 협업 모델이라는 평가다.

이 사장이 학과 개설에 발 벗고 나선 건 현장에 맞는 인재를 구하기가 너무 고달픈 탓이다. 그는 “4년제 대학 졸업생도 각종 기계 설비에 대해 제대로 배우지 않고 현장 실무 경험과 전문성이 부족해 다시 교육하는 데만 3년이 걸린다”며 한탄했다. 이 때문에 중소기업들이 인력난을 겪으며 생산과 수주에서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에이스기계 등 포장설비 업체들은 신규 인력을 구하지 못해 60~70대 노령층 근로자가 기계를 제작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그는 “인재 확보를 위해 5년간 수많은 대학의 문을 두드리며 관련 교육과정 개설을 요청해도 모두 거절했다”고 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강성락 신안산대 총장을 만나 학과 개설을 성사시켰다. 이 사장은 3억원 상당의 기계 설비를 무상으로 제공하고 직접 교재를 집필해 강의까지 맡겠다고 제안했다. 다른 패키징 업체도 고가의 기계를 기증하기로 하면서 학과 개설에 힘을 보탰다. 이 사장은 “한국 패키징 시장 규모는 60조원으로 관련 업체만 수만 개”라며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식품 약품 등 포장 상자 수요가 급증하면서 관련 인재를 필요로 하는 중소기업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그는 세계적 수준의 자동 접착기를 개발한 포장 자동화 설비 분야의 전문기술인으로 지난달 고용노동부로부터 ‘이달(5월)의 기능한국인’으로 선정됐다. 이 사장은 부산기계공고를 나와 현대자동차에 재직한 뒤 1992년 에이스기계를 창업했다. “미국에 판매할 수 있는 기계를 만들자”는 신념으로 기술 개발에 몰두해 초고속 자동포장기계인 ‘오토 팩카’ 등을 개발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