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압 병동에 홀로 격리된 할머니를 위해 방호복을 입고 화투 그림 맞추기를 하고 있는 간호사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음압 병동에 홀로 격리된 할머니를 위해 방호복을 입고 화투 그림 맞추기를 하고 있는 간호사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방호복을 입고 할머니와 화투 그림 맞추기를 하는 사진의 주인공이 삼육서울병원의 간호사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간호사들은 누가 시키지 않았지만, 음압 병동에 홀로 격리된 할머니를 위해 그림 치료를 먼저 제안했다.

최근 온라인 상에서 방호복을 입은 사람이 병원복을 입은 할머니와 마주 앉아 화투 그림 맞추기를 하고 있는 모습의 사진이 화제가 됐다. 네티즌들은 헌신하고 희생하는 의료진에 박수를 보낸다며 감동했다.

대한간호협회에 따르면 해당 사진은 올해 협회가 공모한 '제2차 간호사 현장 수기·사진전'에 출품된 것으로, 지난해 8월 삼육서울병원 음압 병상에서 촬영됐다.

사진 속 할머니는 93세로 중등도 치매 환자였고, 요양원에서 코로나19에 감염돼 삼육서울병원으로 이송됐다. 당시 할머니는 고열로 기운이 크게 떨어진 상태였다.

할머니가 격리병실에서 적적해하고 힘들어하자 재활치료 간호 경험이 있는 한 간호사는 치매 환자용 그림 치료를 제안했다. 화투를 이용한 꽃 그림 맞추기와 색연필 색칠하기였다.

그림 치료 아이디어를 낸 양소연(33) 간호사는 "치매에 보호자도 없이 홀로 병실에 계시는 게 너무 위험해 보여 입원 이튿날부터 놀이 시간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사진 속 주인공은 7년차 간호사 이수련(29)씨. 그는 "격리병상에서 환자가 말을 나눌 사람은 간호사밖에 없지 않으냐. 계속 졸기만 하는 할머니를 깨우고 달래 기운을 차리게 하는 방법이 없을지 궁리한 결과였다"면서 "코로나19 환자들을 돌보는 것은 저도 감염될까 두려운 일이지만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환자들을 안심하게 배려하고, 잘 치료받고 퇴원하시도록 돌봐주는 것밖에 없다"고 밝혔다.

할머니는 그림 그리기 내내 졸기도 했지만, 간호사 10여 명은 서로 돌아가면서 그림 치료를 멈추지 않았다고 한다. 이들은 할머니의 식사 챙기기부터 기저귀 갈아주기 등 어려움이 있었지만 할머니의 와치를 바라며 최선을 다했다. 할머니와 가족들 사이 영상통화를 주선해주기도 했다.

다행히 증상이 호전된 할머니는 입원 기간 코로나19 중등도에서 경증으로 바뀌면서 '음성' 판정을 받고 보름 만에 퇴원했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