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각급 법원이 여름 휴가철을 맞아 2주간 휴정기(休廷期)에 들어간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전국 최대 규모 법원인 서울중앙지법·서울고법을 비롯한 전국 대부분의 법원은 이날부터 다음 달 6일까지 하계 휴정기를 갖는다. 이 기간에는 긴급하거나 중대한 사건을 제외한 대부분 민사·가사·행정재판, 불구속 형사공판 등이 열리지 않는다. 다만 재판부의 필요에 따라 재판을 여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되는 경우는 심리가 가능하다.가압류·가처분 등 신청사건과 구속 피고인의 형사사건 심리,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 등은 평소처럼 진행된다. 이밖에 사건 접수나 배당 등의 법원 업무도 정상적으로 이뤄진다. 서울중앙지법에서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계열사 부당합병·회계부정’ 혐의 사건과 송철호 울산시장 등의 ‘청와대 선거개입’ 의혹 사건 등 굵직한 재판도 잠시 멈춘다. 반면 이해욱 DL그룹 회장의 ‘계열사 부당지원’ 혐의 1심 선고 공판과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재판은 정상적으로 열릴 예정이다. 법원 휴정기는 혹서기·휴가 기간 재판 관계자와 소송 당사자에 휴식 등을 제공하기 위해 일정 기간 재판을 열지 않는 것으로 2006년 도입됐다. 전국 법원이 자율적으로 기간을 정하게 돼 있지만, 일반적으로 최대 법원인 서울중앙지법과 서울고법의 시기와 비슷하게 휴정기를 정한다.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
출근길에 교통사고로 사망했다면 무면허 운전이라도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무면허 운전 자체가 사망 사고를 일으킨 범죄로 볼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울산지법 행정1부(정재우 부장판사)는 A씨 유족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고 26일 밝혔다. A씨는 올해 2월 새벽 오토바이를 몰고 출근하던 중 울주군 한 도로에서 1t 트럭에 부딪혔다. A씨는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숨졌다. A씨 유족은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며 유족급여 등을 신청했다. 하지만 근로복지공단은 “A씨가 무면허 상태, 즉 범죄행위로 사망한 경우에 해당한다”는 취지로 거부했다. 재판부 판단은 달랐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은 근로자가 고의·자해행위, 범죄행위 등이 원인이 돼 발생한 부상이나 사망은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지 않는다. 그런데 무면허 운전 자체가 사망 사고를 일으킨 범죄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즉, 무면허 운전이 사고의 직접 원인이 아니고, 신호등이 없던 교차로에서 발생한 당시 사고는 A씨 과실만으로 발생한 것이 아니어서 업무상 재해 대상에서 제외돼선 안 된다는 취지다.재판부는 “단순히 근로자가 출근길에 무면허 운전을 하다가 사고가 났다는 이유만으로 업무상 재해에서 제외된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
일제강점기 강제노역 피해자에 대한 우리 법원의 배상 판결을 이행하지 않은 일본 미쓰비시중공업이 특허·상표권 압류명령에 항고했지만 법원이 잇따라 기각 결정을 내렸다.25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전지법 민사항소3부(부장판사 이효선)는 미쓰비시가 강제노역 피해자를 상대로 낸 특허권 압류명령 항고를 지난 20일 기각했다. ‘이 사건 관련 집행 채권은 한·일 청구권 협정 대상이 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에 따라 강제 집행에 장애 사유가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지난 2월과 3월 대전지법 민사항소1부와 2부도 다른 피해자 2명분에 대한 미쓰비시 측 압류명령 항고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미쓰비시중공업은 한·일 청구권 협정에 따른 중재위원회 중재 절차가 이뤄지지 않는 등 (강제 집행) 장애 사유가 있다고 주장하나, 대법 판결에 따라 그 사정은 장애 사유가 된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미쓰비시중공업은 민사항소1부와 2부의 항고 결정에 불복해 재항고장을 냈다. 현재 대법원에서 법리를 검토하고 있다.대전지법 민사항소4부에 배당된 다른 특허권 압류명령 항고 사건은 지난 1월 접수 후 아직까지 결과가 나오지 않고 있다. 강제노역 피해자와 유족 등은 2012년 10월 광주지법에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이후 대법원은 2018년 11월 “피고는 원고에게 1인당 1억∼1억5000만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렸다.피해자들은 위자료 지급을 미루는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2019년 대전지법을 통해 한국 내 상표권 2건과 특허권 6건을 압류하는 절차를 밟은 데 이어 매각 명령도 신청했다. 채권액은 별세한 1명을 제외한 4명분 8억400만원이다.오현아 기자 5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