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만원 ‘댈입’(대리입금)해 드립니다. ‘지각비’(연체 이자)는 시간당 2000원입니다.”

15일 트위터에 ‘댈입’이라는 단어를 검색하자 “10분 안에 대출해주겠다”는 내용의 게시물이 여럿 표시됐다. 이 가운데 유명 아이돌 그룹의 사진을 프로필 사진으로 내건 계정에 “16살인데 5만원이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그러자 1분 만에 “입금해줄 수 있다”는 답이 돌아왔다.

10대 삥뜯는 '댈입' 업자
이는 10대 청소년을 상대로 한 소액 고금리 사채인 대리입금의 전형적인 방식이다. 아이돌 굿즈·게임 아이템을 사는 데 필요한 돈을 빌리려는 10대 청소년들이 대리입금 업자들의 주요 타깃이다. “금액 자체는 많지 않지만, 청소년들이 돈을 제때 갚지 못하면 협박 등 불법추심 행위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아 문제가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과거 이런 대리입금은 같은 연예인을 좋아하는 온라인 팬덤 안에서 주로 이뤄졌다. SNS를 통해 알게 된 청소년끼리 ‘한정판 굿즈’ 등을 급하게 구매할 때 필요한 돈을 서로 빌려주고 갚는 식이었다.

돈을 빌린 대가로 금액에 따라 소액의 ‘수고비’가 오갔다. 청소년들로선 용돈이 부족할 때는 돈을 빌리고, 넉넉할 때는 다른 팬에게 돈을 빌려준 대가로 수고비를 챙길 수 있어 이 같은 관행이 형성됐다.

하지만 최근 이런 관행을 악용한 ‘업자’들이 속속 등장하면서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다. 이들은 10만원 이하의 금액을 빌려준 뒤 수고비, 지각비 등의 명목으로 1주일에 약 2~50%의 이자를 떼어 간다. 연 이자만 1000% 이상으로 불어날 수 있는 셈이다.

현행 법정 최고금리는 연 20%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돈을 갚지 못할 경우 업자가 미리 확보한 개인정보를 토대로 협박을 일삼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대리입금이 성행하면서 청소년이 사기를 당하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발생하고 있다. 창원지방법원은 사기·공갈 등으로 기소된 A씨에게 지난해 12월 징역 1년을 선고했다. A씨는 총 21회에 걸쳐 대리입금 사기 등으로 187만원을 편취했는데, 피해자 중에는 13세 여학생도 포함됐다.

최한종 기자 onebe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