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여의도의 KB국민은행 본점. 연합뉴스
서울 여의도의 KB국민은행 본점. 연합뉴스
채용 과정에서 특정 지원자들의 점수를 높이는 등 비위를 저지른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 KB국민은행 인사담당자가 2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1심 재판부는 오씨에게 집행유예 판결을 내렸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범행을 반성하고 있지 않다"며 형을 높였다.

13일 서울남부지법 형사항소3부(송장판사 송영환)는 영업방해 등의 혐의로 기소된 국민은행 전 인사팀장 오모씨에 대해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앞서 1심은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이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채용의 총괄 심사위원이었지만, 그 권한은 국민은행 내부 규정과 의사결정 과정의 범위 내에서 한정되는 것"이라며 "정해진 권한의 범위를 벗어나거나 다른 업무수행자의 권한을 침해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이어 "피고인은 지원자들의 인적 정보를 파악한 상태에서 기준 없이 특정 지원자의 점수를 올리는 방식으로 채용에 영향을 미치고, 직원들의 업무를 방해했다"며 "다른 심사위원들이 피고인의 평가 결과 변경에 동의했다는 증거도 없다"고 했다.

오씨는 2015년 상반기 신입 행원 채용 과정에서 남성 합격자 비율을 높일 목적으로 남성 지원자 113명의 서류전형 평가점수를 높이고, 여성 지원자 112명의 점수를 낮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2차 면접 전형에서 청탁 대상자 20명을 포함해 28명의 면접점수를 조작하고, 이가운데 20명을 부정하게 합격시킨 혐의도 있다.

1심 재판부는 오씨의 ‘부정 채용’ 혐의를 유죄로 판단하면서도 "경제적 이득을 취득했다고 볼 사정이 없고 잘못된 관행을 답습하는 과정에서 범행에 이르게 됐다"고 판시했다.

오씨와 함께 기소된 전 은행 관계자들은 1심과 마찬가지로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2018년 은행권 채용비리 사태로 부산·우리·대구·광주은행이 대법원 판결을 받았다. 시중은행들은 관련 후속조치를 진행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국민은행 외에도 현재 신한은행, 하나은행 등이 채용비리 혐의로 재판을 이어가고 있다.

현행법상 ‘채용비리’는 형법상 범죄에 해당하지 않는다. 류호정 정의당 의원은 지난 1월 ‘채용비리처벌에 관한 특별법’을 대표 발의하기도 했다. 불공정 채용을 근절하기 위해서는 ‘채용비리’라는 이름의 죄가 있어야 한다는 취지다.

최다은 기자 ma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