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보다는 낮아…코로나19 사태 등으로 급제동

최저임금위원회가 12일 의결한 내년도 최저임금 9천160원은 문재인 정부 임기 중 결정된 마지막 최저임금이다.

현 정부는 집권 초기 최저임금 1만원 공약에 따라 의욕적으로 최저임금 인상을 추진했지만, 반대 여론에 밀려 급제동을 걸었고 결국 9천원을 조금 넘은 수준에서 멈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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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 정부 연평균 인상률 7.2%…박근혜 정부는 7.4%
최저임금을 심의·의결하는 사회적 대화 기구인 최저임금위는 이날 내년도 최저임금을 시간당 9천160원으로 의결했다.

이는 올해 최저임금(8천720원)보다 5.1% 높은 금액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첫해인 2017년 최저임금은 박근혜 정부 마지막 해인 2016년 최저임금위가 의결한 것으로, 6천470원이었다.

현 정부 임기 5년간 최저임금을 6천470원에서 9천160원으로 2천690원(41.6%) 끌어올린 셈이다.

이는 큰 폭의 인상으로 볼 수 있지만, 연평균 인상률로 따지면 얘기가 달라진다.

현 정부 임기 중 최저임금의 연평균 인상률은 7.2%로 계산된다.

현 정부 출범 이후 해마다 최저임금을 7.2% 올린 것으로 가정하면 내년에 9천160원이 된다는 얘기다.

이는 박근혜 정부 4년간 최저임금의 연평균 인상률(7.4%)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이명박 정부 5년간 연평균 인상률(5.2%)보다는 높다.

2020년까지 최저임금을 1만원으로 인상한다는 현 정부의 집권 초기 공약을 무색하게 하는 결과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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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대 여론과 코로나19 사태에 밀려 급제동
집권 초기 현 정부는 최저임금 1만원 공약 실현을 위해 최저임금 인상 드라이브를 걸었다.

현 정부 출범 첫해 최저임금위가 의결한 최저임금(2018년 적용)은 7천530원으로, 인상률이 16.4%에 달했다.

최저임금의 대폭 인상은 이듬해에도 이어졌다.

2019년 최저임금은 8천350원으로, 인상률이 10.9%였다.

그러나 2018년 들어 국내 취업자 수 증가 폭 등 고용 지표 악화로 '고용 쇼크' 우려가 확산하자 최저임금의 대폭 인상 탓이라는 비판이 확산했다.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에 미친 영향에 관해서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엇갈렸지만, 정부는 반대 여론에 밀려 최저임금 인상 기조에서 돌아섰다.

이에 따라 지난해 최저임금은 8천590원으로, 인상률이 2.9%에 그쳤다.

당시 문재인 대통령은 공약을 못 지키게 됐다며 공식적으로 사과했다.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전례 없는 위기가 닥친 것도 최저임금 인상 억제 요인이 됐다.

최저임금위가 지난해 의결한 올해 최저임금 인상률은 1.5%로, 역대 최저 수준이다.

정부는 앞서 2018년에는 최저임금 인상 반대론에 밀려 최저임금 산입범위를 확대했다.

정기적으로 지급하는 상여금과 복리후생비를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포함한 것이다.

최저임금 산입범위를 확대하면 사업주는 같은 임금을 주고도 최저임금 위반 가능성이 작아진다.

노동계는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로 최저임금 인상 효과가 떨어진 데다 인상 폭까지 줄었다고 비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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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을과 을의 대립'에 발 묶인 최저임금
현 정부가 최저임금 인상 공약에서 후퇴한 것은 불가피한 측면도 있다.

특히 지난해에는 코로나19 사태로 고용 유지가 최우선 목표로 대두하면서 최저임금 인상 억제론으로 기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노동계에서는 최저임금 인상을 위한 현 정부의 접근 방식에도 문제가 있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임대료와 가맹 수수료 인하, 중소기업에 대한 대기업의 불공정행위 근절 등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면서 최저임금 인상을 추진했더라면 그만큼 심한 반발에 직면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구조적인 문제는 건드리지 않고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을 추진한 탓에 소상공인과 저임금 노동자의 갈등을 가리키는 이른바 '을과 을의 대립' 구도에 발이 묶였다는 게 노동계의 주장이다.

일각에서는 현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이 극심한 사회적 갈등을 초래하면서 저임금 노동자의 생계 개선에는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한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박준식 최저임금위원장은 이날 내년도 최저임금 의결 직후 기자들과 만나 "냉정하게 평가하면 현 정부 초기 2년의 최저임금 인상은 의욕보다 현실이 뒷받침하지 못했다는 측면을 솔직하게 인정한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해와 올해 최저임금 인상률을 대폭 낮춘 데 대해서는 "(최저임금의) 속도 조절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팬데믹이 중첩됐다"며 "그런 요인들 때문에 2년간 최저임금이 국민의 열망을 수용하지 못한 측면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