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빼려 했을 뿐" 주장에 1·2심도 "협박 인정 어려워" 무죄 선고
끼어들기 시비로 차량 막아선 상대 향해 전진…'협박죄' 될까
운전 중 끼어들기 시비가 붙어 말다툼하다가 차량을 가로막고 선 상대방을 향해 차량을 움직였다면 협박죄로 처벌할 수 있을까.

2019년 8월 16일 오후 5시께 춘천시 한 도로에서 재규어를 몰던 A(43)씨와 버스 기사 B(58)씨는 A씨가 차로변경을 하던 중 B씨가 경적을 울린 일로 승강이를 벌였다.

차에서 내린 A씨는 B씨와 말다툼을 했다.

B씨가 112에 신고하자 A씨는 승용차로 돌아간 뒤 차량 앞에 서서 가로막는 B씨를 향해 두 차례 전진했다.

이 행위로 인해 특수협박 혐의로 벌금형 약식명령을 받게 된 A씨는 이에 불복해 정식재판을 청구했다.

법정에 선 A씨는 "B씨가 운행하던 버스에 타고 있던 승객들이 차량을 빼달라고 요청해 차를 빼려다가 B씨가 가로막아서 빼지 못한 것일 뿐 협박하려는 의도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1심 재판부는 A씨의 주장을 받아들여 "A씨가 버스 승객들 요청으로 차를 빼려 했을 뿐 B씨를 차로 위협하려 한 것이 아닐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무죄로 판결했다.

끼어들기 시비로 차량 막아선 상대 향해 전진…'협박죄' 될까
승객들이 A씨에게 달래듯이 뭔가 말한 뒤 A씨가 돌아간 사실과 승객이 저지했음에도 B씨가 A씨 차량 앞으로 간 사실, A씨 차량이 두 차례 앞으로 가려다가 바로 멈춘 사실 등을 토대로 협박의 범의를 인정하지 않았다.

판결에 불복한 검찰은 "설령 차량을 빼는 등 다른 목적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협박의 고의가 있다고 봐야 한다"고 항소했으나 판결은 뒤집히지 않았다.

항소심을 맡은 춘천지법 형사1부(김청미 부장판사)는 "발언이 아닌 폭행을 가할 태도나 거동을 나타낼 때도 상대방에 공포심을 일으킬 목적으로 해악을 고지하려는 의도가 나타나야 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폭행을 가할 태도만 보여도 협박이라고 하면 모든 폭행에는 협박이 포함되는 것이고, 폭행 미수에 해당하는 행위를 폭행죄보다 법정형이 더 중한 협박죄로 처벌하게 된다"며 "이런 법리에 따라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다"고 판시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