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찰청이 ‘월성 원전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을 받는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의 배임교사 혐의를 수사심의위원회(수심위)에 올린 것을 두고 검찰 안팎에서 “청와대 책임론 공방을 피하기 위한 ‘앙꼬 없는 찐빵’”이라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월성 원전 사건에서는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보다도 배임죄 여부가 더 중요하다는 게 법조계의 시각이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월성 원전 사건에 연루돼 전날 기소된 공무원들의 배임 혐의가 인정되면 원전 가동이 조기에 중단된 게 한국수력원자력 차원에서 결정된 게 아니라 정부에 책임이 있음이 공식화된다. 이렇게 되면 형사적으로는 청와대에 대한 수사로, 민사적으로는 국가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 소송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어느 쪽이 됐든 문재인 정부에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백 전 장관은 정재훈 한수원 사장이 원전 가동을 조기에 중단시키고, 그로 인해 회사에 1481억원의 손해를 끼치도록 교사(타인에게 범죄를 실행하도록 압박하는 행위)한 혐의를 받고 있다. “국가가 월성 원전 조기 중단에 따른 손실을 보상하지 않도록 ‘가동하면 적자’라는 거짓 의향서를 쓰게 했다”는 게 검찰의 주장이다. 이는 “백 전 장관의 배임교사로 비싼 전기료를 내게 됐다”는 주장의 근거가 돼 국가 상대 민사소송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게 법조계의 시각이다.

검사장 출신인 한 변호사는 “원전 정책 등에 대한 책임공방이 확산할 수 있기 때문에 김오수 검찰총장 입장에선 부담스러웠을 것”이라며 “하지만 지금까지 수사가 진행된 상황을 종합하면 배임교사 혐의도 같이 거는 게 맞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대전지검 수사팀은 “외부 전문가들이 복잡한 배임죄를 판단하는 것은 무리”라며 수심위를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지금이라도 기소가 이뤄져 다행”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노정환 대전지검장과 근무한 인연이 있는 한 현직 검사는 “노 검사장은 뚝심 있는 사람이고 원리원칙주의자”라며 “청와대 윗선까지의 연결고리는 수사로 더 밝혀내야 하는데, 지금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니 일단 할 수 있는 선에서 마무리(기소 처분)지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남정민 기자 peu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