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의계약에서 탈락한 입찰자가 계약상 문제를 발견했을 경우 ‘계약 무효’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민사3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지난 7일 A부동산업체가 낸 B신탁회사와 C개발사 간 매매계약 무효 소송에서 “수의계약에서 탈락한 유찰자는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무효확인을 구할 수 있다”며 원심을 뒤집었다.

B신탁회사는 서울 상도동에 있는 부동산을 공개입찰로 내놨다. 2013년 12월 11일부터 13일까지 총 다섯 차례에 걸쳐 부동산을 공개입찰했으나 입찰자가 나타나지 않았다. 결국 B사는 해당 부동산에 대한 수의계약을 진행했고 대주단의 승인을 받고 C개발사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C개발은 1101억원을 입찰 금액으로 제출했다. 이 과정에서 두 번째로 높은 매수희망가를 제출한 A업체는 수의계약에서 탈락했다.

이후 A업체는 “B사가 C개발을 낙찰자로 내정해 놓고 계약을 했다”며 매매계약 무효 소송을 걸었다. B사가 C개발에 미리 입찰정보를 흘렸다는 의혹을 제기한 것이다. A업체 관계자는 “C개발은 당초 매수희망가를 1080억원으로 기재한 매수제안서를 제출했다”며 “그러나 B사가 A업체가 매수희망가를 1100억원으로 썼다는 사실을 알려줬고, C개발은 매수희망가를 1101억원으로 수정한 뒤 다시 제출했다”고 주장했다.

1심 재판부는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매매계약 무효 확인의 소송은 원고가 얻는 이익이 있을 때만 제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를 근거로 재판부는 “A업체가 얻는 이익이 없다”며 ‘소 각하’를 결정했다. 항소심 역시 “두 번째로 높은 매수희망가를 제안했다고 해서 매각 절차에 법적 효력이 발생한다고 볼 수 없다”며 원고의 항소를 기각했다.

이 같은 하급심 판단은 대법원에서 뒤집혔다. 재판부는 “정해진 공매 조건에 따라 수의계약으로 처분되는 경우, 매매계약 효력에 따라 경쟁에 참여했던 입찰자의 법적 지위나 이익에 영향을 받는다”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무효확인을 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원심이 확인의 이익에 관한 법리를 오해했다”며 판결을 원심에 파기환송했다.

오현아 기자 5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