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 흘리는 손 씨 아버지 _ 사진=연합뉴스
눈물 흘리는 손 씨 아버지 _ 사진=연합뉴스
서울 서초구 반포한강공원에서 실종된 후 숨진 채 발견된 대학생 손 모(22)씨 사건과 관련해 한 네티즌이 "사망 의대생 아버님의 안타까운 착각 2가지'라는 글을 써 눈길을 끌고 있다.

손 씨 사망 이후 네티즌 사이에서는 친구 A 씨의 수상한 정황을 두고 의혹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반면 무고한 사람에게 범죄 혐의를 씌워선 안 된다는 반대파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손 씨 아버지는 장례식을 치르던 중 언론 인터뷰에서 "아들 실종 당시 A에게 최면 수사를 해서 행적을 찾아야 하는데 변호사를 대동하고 왔더라"라며 "뭔가 숨길 게 있지 않았을까"라고 의구심을 내비쳤다.

아울러 A 씨가 사건 직후 당일 신었던 신발을 버린 것과 3시 30분 A 씨 부모에게 전화를 건 일을 숨긴 일 등을 지적하며 "지킬 게 있는 사람은 잃을 게 없는 사람과 상대가 되지 않는다"고 전면전을 선언했다.

아울러 사건 당일 물을 싫어하는 아들이 강에 들어가 실족했다는 정황에 대해 "술을 마셨다고 그런 상황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했다.

커뮤니티에 글을 쓴 네티즌은 이 발언과 관련해 "술 마시면 모든 해괴한 상황이 다 일어난다. 술을 많이 마시면 결국 술이 사람을 집어 삼킨다. 그래서 술을 조심해야 한다"라고 조심스럽게 반박했다.

이어 "우리 애가 그럴 애가 아니다"라는 취지의 발언에는 "부모는 자식을 잘 모른다. 내 애는 내가 잘 아는 것 같지만 대부분 착각이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언론에서는 손 씨 아버님을 굉장히 지적이고 냉철하고 논리적인 분으로 평가했고 실제로 평소엔 그런 분인 거 같다"면서 "그러나 자식 잃은 부모는 이성을 잃기 쉽다. 자신은 냉철하게 이 사태를 본다고 착각하기 쉽다. 아버님 마음은 이해가 되지만, 그러나 남의 자식 (자식의 친구)도 소중한 한 인생이다. 여러모로 안타깝다"라고 했다.

손 씨 아버지는 실종 당일 "한 남성이 한강으로 걸어 들어가 수영하는 모습을 봤다"는 7명의 목격자가 나타난 것에 대해 "물을 싫어했던 아들이 새벽에 옷을 입고 수영이라니, 대답할 가치도 없다"고 일축했다.
서울 반포한강공원 인근 한강에서 구조대원들이 실종 엿새 만에 숨진 채 발견된 대학생 손모 씨의 시신을 수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 반포한강공원 인근 한강에서 구조대원들이 실종 엿새 만에 숨진 채 발견된 대학생 손모 씨의 시신을 수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에 대해 프로파일러인 표창원 범죄과학연구소장은 18일 자신이 진행하는 MBC라디오 '표창원의 뉴스하이킥'에서 "알코올을 어느 정도 소화 가능한 양 이상으로 섭취되면 대뇌에 올라가 가바수용체란 곳에 알코올 분자가 붙게 된다"며 "그렇게 되면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이라든지, 신경전달물질이 분비된다. 마치 조증처럼 다양하게 과잉행동이 나오게 되고 감정도 격해진다. 또 소뇌가 위축돼 균형이 잘 잡히지 않고 밸런스가 무너지게 된다. 몸에 근육에 대한 조절능력도 상실하게 되고 비틀거리거나 헛디디는 현상, 또 기억상실이 발생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A 씨 변호를 맡은 법무법인 원앤파트너스 정병원 변호사는 17일 발표한 원고지 65장 분량의 입장문에서 "수많은 억측이 사실이 수사 결과 발표 후 아님이 밝혀질 경우, 부디 A군과 A군의 가족들이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정 변호사는 사건 당시 상황에 대해 "A 씨는 만취로 인해 기억하는 것은 자신이 옆으로 누워 있던 느낌, 나무를 손으로 잡았던 느낌, 고인을 깨우려고 했던 것 등 일부 단편적인 것들밖에 없다"며 "A 씨와 가족은 진실을 숨긴 게 아니라, A 씨가 만취로 인한 ‘블랙아웃’으로 제대로 기억하는 게 별로 없었기에 실제로 잘 알지 못하는 상황이다"라고 했다.

이어 "A 씨 신발이 낡았고 밑창이 닳아 떨어져 있었으며, 토사물까지 묻어 있어 A 씨 어머니가 실종 다음 날인 지난달 26일 집 정리 후 다른 가족과 함께 모아뒀던 쓰레기들과 같이 버렸다"고 해명했다.

현재까지 경찰의 발표를 종합하면 손 씨는 3시 40분 경 주변 목격자들에게 포착돼 사진이 찍혔고 4시 30분 경 A 씨가 아슬아슬하게 경사진 곳에서 자고 있는 것을 본 시민이 깨운 상황이다. A 씨는 일어나 귀가하는 모습이 CCTV에 포착됐다. A 씨는 잠에서 깨어났을 때 손 씨가 주위에 없었다고 진술했다.

다만 A 씨가 손 씨의 휴대전화를 소지하고 귀가하면서 자신의 전화를 찾기 위해 한 번도 전화를 걸지 않은 점이나 부모님과 다시 한강을 찾아 손 씨를 찾아헤매는 상황에서도 손 씨 부모에게 연락을 하지 않은 점 등은 의문으로 남아 있다.

손 씨 부모는 A 씨가 3시 30분 자신의 부모에게 전화해서 "친구가 일어나지 않는다"고 말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고 "그때 우리에게 연락만 했어도 우리 아들은 죽지 않았다"고 분개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