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화 UNIST 교수 "유전자 빅데이터 쌓이면 '노화정복' 이뤄질 것"
한국인의 특징을 말하라고 하면 ‘빨리빨리’ ‘김치 사랑’ 등을 예시로 들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한국인만의 ‘유전적 특징’은 무엇일까?

박종화 UNIST(울산과학기술원) 바이오메디컬공학과 교수(사진) 연구팀은 이 질문에 대답하기 위해 2016년부터 5년에 걸쳐 한국인 1만 명의 유전자를 일일이 분석했다. 한국인 유전자의 ‘대동여지도’를 그린 셈이다.

최근 연구 결과를 발표한 박 교수는 지난 7일 한국경제신문과 만나 “지도처럼 언제든지 참조할 수 있는 한국인 유전체의 ‘데이터베이스’가 완성된 것”이라며 “한국인에게 적합한 각종 치료제 개발에도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유전자 정보는 쌓일수록 가치가 올라가는 빅데이터”라고 강조했다. 2003년 인간게놈 프로젝트로 인간이 지닌 30억 개의 유전자 염기 서열이 대부분 밝혀졌지만 서유럽·북미를 중심으로 진행됐고 표본 역시 부족했던 만큼 아시아 국가들이 이를 적용하기엔 실효성이 떨어졌다. 특히 한국인만이 가지는 유전적 특징을 분석하는 데 필요한 표본은 더욱 적었다.

박 교수는 “유전체 기술을 활용한 ‘정밀의학’에 수천억원을 쏟는 미국이나 100만 명 분석을 목표로 하는 중국과 비교하면 이제 걸음마를 뗀 셈”이라며 “최근 코로나19로 주목받는 mRNA(메신저 리보핵산) 방식 백신은 인간의 유전정보를 활용하는데, 이번 연구 결과가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1만 명의 유전자 분석을 마치기까지는 “‘산 넘어 산’이었다”고 했다. 학계의 관심 부족으로 연구 예산을 확보하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울산시와 UNIST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총 180억원의 예산이 투입됐지만 도중에 연구인력이 빠져나가거나 예산이 부족해지는 일도 벌어졌다. 박 교수는 특히 ‘프로그래머’를 구하기가 무척 어려웠다고 했다.

“수십억 개가 넘는 염기 서열을 분석하는 데는 컴퓨터 프로그래밍이 필수입니다. 그런데 뛰어난 인재들은 모두 수도권의 유명한 정보기술(IT) 기업으로 가길 원하니 사람 구하기가 참 어려웠죠.”

박 교수 역시 다양한 개발언어를 다루는 프로그래머다. 고등학교 시절 코딩을 접했고 이후 생명공학에 관심을 가져 서울대 수의학과에 진학했다. 그러나 자신의 예상과 실제 배우는 과목이 크게 달라 학교를 자퇴한 뒤 영국 애버딘대로 유학을 떠났다. 이후 케임브리지대 MRC(Medical Research Council)연구소에서 생물정보학·단백체학 연구실장을 맡기도 했다.

박 교수는 “만화 속 이야기 같은 ‘노화 정복’이 목표”라며 “이번 연구 결과를 논문으로 정리하는 작업을 마치면 본격적인 활용을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배태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