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환 삼영화학 명예회장 "인재 육성에 한 푼 남김없이 바칠 것"
올해 백수(白壽·99세)를 맞은 관정 이종환 삼영화학그룹 명예회장(관정이종환교육재단 명예이사장)이 성균관대 명예경영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 회장은 전 재산의 97%에 해당하는 1조5000억원을 자신이 세운 관정이종환교육재단에 기부해 아시아 최대 장학재단으로 키운 인물이다.

이 회장은 7일 서울 성균관로 성균관대 600주년기념관에서 열린 학위수여식에서 “여생 동안 세계 1등 인재를 키워 1등 국가를 만드는 데 한 푼 남김없이 다 사회에 바칠 것”이라며 “성균관대 학생이 세계적 인재로 성장하길 기원한다”고 말했다.

“지금도 기업 경영에만 몰두”

이 회장은 이날 “지난 63년간 ‘기업은 전쟁’이라는 철학대로 사업을 해왔다”며 “99세가 된 지금까지도 오직 기업 경영에만 몰두하고 있다”고 말했다. 1923년 경남 의령에서 태어난 그는 마산중과 일본 메이지대 경상학과에서 공부했다. 대학 시절 일제에 학병으로 끌려가는 등 어려운 시기를 보냈다.

광복 직후 고향인 의령에서 정미소를 운영한 게 첫 사업이었다. 이어 1958년 서울 제기동의 165㎡ 규모 창고에서 플라스틱 사출기 한 대로 석유화학사업을 시작했고, 이듬해 삼영화학공업사를 창업했다. 당시만 해도 신소재였던 플라스틱으로 양동이, 바가지 등 생활필수품을 생산해 팔았다.

이후 이 회장은 제품 포장에 쓰이는 폴리프로필렌연신필름(OPP)과 전자기기 소재인 극초박막 캐퍼시터 필름 등으로 눈을 돌렸다. 과자 등에 쓰이는 합성포장재와 음식물을 싸는 투명 랩 등을 생산했다. 1978년에는 고려애자공업주식회사를 설립해 일본에 의존해오던 송배전용 자기 애자를 국내 최초로 개발했다. 전국 전력선에 6000만 개 이상을 설치하는 등 전력망 안정화에 공헌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사업에 열중했던 이 회장은 2000년 관정재단을 설립했다. 이 회장은 이날 행사에서 “적지 않은 돈을 어떻게 써야 할지 장기간 고민했다”며 “‘돈이 아니라 사람을 남겨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의령에서 초등학교 교사로 일할 때부터 “돈이 아니라 사람이 열쇠”라는 신념을 갖고 있었다고 했다. ‘세계 1등 인재를 키워 세계 1등 국가를 만드는 데 기여하겠다’는 게 관정재단의 목표다. 이날 학위수여식에는 신동렬 성균관대 총장을 비롯해 안동일 관정재단 이사장, 이수성 전 국무총리 등이 참석했다.

장학생 1만1000명에 1800억원 지급

관정재단은 매년 100억원가량을 국내외 장학생에게 지급했다. 누적 장학금은 1800억원, 누적 장학생 수는 1만1000명에 달한다. 국외장학생과 국내장학생을 매년 100명씩 선발한다. 국외장학생에게는 연간 최대 6만달러(약 6700만원), 국내장학생은 최대 2200만원을 지급한다. 현재 미국 퍼듀대, 코넬대, 서울대 등에서 교수로 일하는 장학생은 164명이다. 박사학위를 받은 사람은 700명에 이른다.

성균관대가 이 회장에게 명예박사 학위를 수여한 것은 이 대학에도 장학생이 많기 때문이다. 관정재단은 지금까지 성균관대 재학생 80여 명을 선발해 약 20억원의 장학금을 지급했다. 신 총장은 “관정재단은 인근 명륜동에 자리잡은 우리 대학의 이웃”이라며 “이 회장의 ‘사업보국’ 정신에 걸맞은 인재를 길러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회장은 2012년 “도서관 건립에 사용하라”며 600억원을 서울대에 기부하기도 했다. 기존 중앙도서관 뒤편에 지상 8층 규모로 지어진 새 도서관에는 이 회장의 호를 따 ‘관정 도서관’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도서관 1층에는 “돈을 버는 것은 천사같이 못했어도 돈을 쓰는 것은 천사처럼 하리라”는 이 회장의 말이 적혀 있다.

최한종 기자 onebe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