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센 '젠더 갈등' 기업에도 불똥

GS25 포스터 '남혐 논란'
"고의 아니다" 사측 결국 사과
카카오 이모티콘도 한차례 설화

"과잉 경쟁에 젊은층 분노 표출"
남성혐오 논란을 부른 GS25 포스터(왼쪽). 오른쪽은 이후 수정된 광고.

남성혐오 논란을 부른 GS25 포스터(왼쪽). 오른쪽은 이후 수정된 광고.

3일 오전 9시 증시가 열리자 투자자들의 관심은 편의점 GS25를 운영하는 GS리테일 주가 향방에 쏠렸다. GS25의 한 온라인 이벤트를 둘러싸고 주말 새 남성 혐오 논란이 불거졌고, 인터넷 남초 커뮤니티(남성이 많이 가입한 온라인 커뮤니티) 사용자들이 불매운동을 선언했기 때문이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GS리테일은 850원(2.37%) 하락한 3만4950원으로 마감했다. 공매도 재개 이슈 등 다른 요인들도 주가에 영향을 미쳤지만, 주말 새 있었던 불매운동 움직임도 일부 악재로 작용했다는 게 증권업계의 시각이다. 투자자들은 이번 논란의 여파가 어디까지 이어질지 주목하는 분위기다.
일부 커뮤니티 “불매운동하자”
2030세대를 중심으로 젠더 갈등이 심상치 않다.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특정 기업을 겨냥해 “노골적 남성 혐오 성향을 드러냈다”며 불매운동이 벌어지는 등 산업계로도 불똥이 튀는 양상이다.

이번 논란의 경우 남초 커뮤니티에선 GS25가 펼친 ‘캠핑가자’ 마케팅에 쓰인 소시지를 집으려 하는 손 모양 등을 문제 삼고 있다. 지금은 폐쇄된 급진적 여성주의 온라인 커뮤니티 ‘메갈리아’를 상징하는 그림과 비슷하다는 것이다. 몇몇 남초 커뮤니티에선 “GS25가 과거 올린 상품 판매 이미지에서도 비슷한 손 모양이 계속 등장한다”며 “이번 사건은 실수가 아니라 고의”라고 주장한다.

문제가 커지자 GS25는 지난 2일 사과문을 통해 “논란이 될 만한 내용에 대해 철저히 모니터링하겠다”고 밝혔다. 회사 관계자는 “외부 유료 사이트에서 이미지를 구입해 포스터를 제작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라며 “결코 의도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이런 해명에도 불구하고 남초 커뮤니티는 ‘댓글 총공(총공격)’ ‘리뷰 테러’ 등으로 실력행사에 나서고 있다. 일부 기업은 그간 남성 혐오 용어로 쓰인다는 사실이 잘 알려지지 않았던 신조어 ‘허버허버’ ‘오조오억’ 등을 썼다는 이유에서 공격 대상이 되기도 했다.
"남혐 광고에 댓글 총공"…떨고있는 기업들

앞서 카카오는 이 같은 표현을 담은 이모티콘이 논란이 되자 지난달 15일 판매를 중지했다. 카카오 측은 “해당 작가로부터 남성 혐오 의도가 아닌 것으로 확인했지만 언어의 시대상을 반영해 판매 종료를 결정했다”고 했다. 한 기업 홍보실 관계자는 “과거에도 젠더 갈등 문제는 있었지만 최근에는 기업 이미지에 심각한 타격을 입힐 요인으로 떠오르고 있다”며 “판매해온 제품 디자인과 홍보물 등에 문제되는 내용이 없는지 전수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소모적인 감정 대립”
여성계를 중심으로 기업의 성(性)차별 문제를 지적하는 움직임은 꾸준히 있어 왔다. 여성을 차별하는 임금 구조, 고위 임원의 성차별적 발언 등을 문제 삼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지난 3월에는 동아제약이 면접 과정에서 여성 지원자에게 “여자들은 군대 안 가니까 남자보다 월급을 적게 받는 것에 동의하냐” 등의 성차별적 질문을 했다가 논란이 일자 사과했다.

최근에는 반대로 남초 커뮤니티에서 일부 그림과 용어가 ‘급진적 페미니즘’과 연관돼 있다고 반발하며 갈등의 방향이 바뀌어 가는 모습이다. 10~30대 남성의 페미니즘에 대한 반감이 이 같은 변화의 주요 원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성차별을 해소하기 위한 여성 친화적 정책이 되레 남성을 역차별한다”는 게 이들 주장이다.

전문가들은 “젊은 세대가 과도한 경쟁으로 내몰린 가운데 징병제, 여성 할당제 등을 놓고 ‘공정성’ 논란이 제기되면서 갈등이 증폭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젊은 층이 과잉 경쟁에 내몰리면서 젠더 갈등이 소모적 감정 대립으로 치닫고 있다”며 “정치권 등에서 서둘러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최한종 기자 onebel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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