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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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출국금지 사건에 수사외압을 행사한 의혹을 받는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당시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이 17일 검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수원지방검찰 이정섭 형사3부장 수사팀은 18일 "어제 이 지검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조사했다"고 밝혔다. 이 지검장은 2019년 6월 대검 반부패강력부장 재직 당시 김 전 차관 출국금지 사건에 수사 중단시켰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수원지검 안양지청은 2019년 김 전 차관 측에 출국금지 조치가 불법적으로 이뤄진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하려 했으나, 대검 반부패강력부의 압력으로 해당 수사를 중단했다는 것이다. 이 지검장은 지난 2월 이와 관련한 고발장 접수로 피의자로 신분이 전환됐다.

이 지검장은 그동안 4차례에 걸쳐 소환통보를 받았으나 혐의를 부인하는 내용의 진술서를 제출할 뿐, 출석 거부 입장을 유지해왔다. 이에 따라 수원지검은 이 지검장에 대한 대면조사가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 결국 조사 없이 기소하겠다는 방침을 대검에 보고했다.

그러나 이 지검장 변호인측이 15일 저녁 수사팀에 '검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겠다'는 의사를 전했고 이에 따라 17일로 조사 날짜가 정해지게 됐다고 검찰 관계자는 전했다.

이 지검장 측은 지금까지 검찰 출석 거부에 대해 "공수처법이 발효 된 이후 검사의 고위공직자범죄에 대해서는 공수처에 수사 및 공소제기에 대한 관할이 있다"며 "검찰과 공수처의 관할 협의가 되길 기다렸다"고 주장했다.

이 검사장 측은 "그러나 언론에서 이 지검장의 기소 가능성에 대한 보도가 나오고, 혐의가 있으니 조사를 피하는 게 아니냐는 오해가 생기자 검찰 조사를 받고 진상을 밝혀야겠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 지검장은 이날 오전 11시께 변호인을 동반한 채 검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고 조서 열람을 한 뒤 오후 8시께 귀가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검사장 측은 "김학의 출국금지 사건 당시 개입한 사실이 없다"며 "과거사진상조사위원회·조사단의 활동은 반부패강력부 소관업무가 아니였기 때문에 어떤 지휘나 결정을 할 수 있는 부서가 없다"고 피력했다. 또한 "긴급 출국금지 경위도 몰랐을 뿐더러, 출국금지가 됐다는 사실도 뒤늦게 알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편 검찰은 이번 사건과 관련한 핵심 피의자인 이규원 당시 대검찰청 과거사진상조사단 검사와 차규근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을 지난 1일 기소했다. 이들은 김 전 차관에 대해 불법적으로 긴급 출금 조처한 혐의를 받고 있다. 두 사람에 대한 첫 재판은 내달 7일 열릴 예정이다.

오현아 기자 5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