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검찰 갈등 속 본안 심리 후 결정할 가능성 높아
'김학의 불법 출금' 사건 재판 전에 공소기각 가능할까
검찰이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출국금지 사건 피의자인 차규근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과 이규원 전 대검 과거사진상조사단 검사를 전격 기소하면서 향후 재판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은 전날 재정 합의를 거쳐 차 본부장과 이 검사의 사건을 합의재판부에 배당했다.

첫 재판 기일은 조만간 지정될 예정이다.

불법 출국금지 사건이 불거진 후 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 검찰은 수사·기소권을 놓고 마찰을 반복해왔다.

특히 검찰이 지난 1일 '수사가 마무리되면 기소 여부를 판단할 수 있도록 공수처에 사건을 다시 송치하라'는 공수처의 요구를 거절하고 직접 재판에 넘기자 갈등은 정점을 찍었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차 본부장과 이 검사 측이 향후 재판에서 현직 검사 사건의 경우 공수처가 맡아야 한다는 공수처법을 근거로 "검찰의 공소제기 자체가 위법·부당해 공소기각 판결을 내려달라"고 주장할 것으로 예상한다.

공소기각이란 형사소송 절차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을 때 법원이 실체적 심리를 하지 않고 소송을 종결시키는 것을 말한다.

이에 따라 재판부가 사건 본안을 심리하기 전 기소 절차의 적정성 여부를 먼저 따져보지 않겠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하지만 다수의 법조계 관계자들은 "그렇게 될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밝혔다.

형사소송법은 피고인이 사망하거나 공소가 취소됐을 때 혹은 피고인에 대한 재판권이 없거나 고소가 있어야 기소할 수 있는 사건에서 고소가 취소됐을 경우 등 한정된 사유에서만 공소기각 판결을 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다.

실제로 이 사건은 '공소제기 절차가 법률 규정을 위반해 무효일 때'에 해당할 여지도 있다.

이에 재경지법 판사는 "해당 조항에 따른 공소기각은 공소제기 절차가 명백하게 무효라는 전제하에서만 가능하다"며 "다툼의 여지가 있는 경우 공소기각 판결을 쉽게 내릴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재판부 재량으로 본안 심리 전 공소 절차의 적법성을 먼저 따져볼 수도 있겠지만 매우 이례적인 경우"라고 설명했다.

다른 고등법원 부장판사 역시 "공수처가 처음 생긴 터라 참고할 수 있는 사례가 없다"면서도 "공소 절차에 대한 심리를 먼저 해 공소기각 결정을 하기보다는 본안 심리를 충분히 한 뒤 나중에 사안을 다루지 않겠냐"고 예상했다.

공수처는 사건 당사자가 아니라 이 사건 재판에 직접 참여할 수는 없다.

필요에 따라 법원에 의견서를 제출할 수는 있지만,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이 사건 재판은 현재로서는 통상 재판 절차에 따라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한편 대법원은 검사 범죄에서 공수처가 검찰보다 수사·기소 우선권을 보유하는지에 대해 "담당 재판부가 판단할 문제"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검사 범죄의 기소권을 둘러싼 공수처와 검찰 간 다툼은 결국 법원에서 판가름 날 것으로 전망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