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세 800억 투입하는 광화문광장…선거 이후에도 살아남을까
8일 오전 8시 찾은 광화문광장은 그야말로 '공사판'이었다. 광장 서측 도로(세종문화회관 앞) 곳곳에는 굴착기가 배치돼 굉음을 내며 땅을 팠다. 아스팔트 포장은 산산조각이 나 뒹굴어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세종대왕 동상 옆에는 흙더미가 가득 쌓였다. 영문을 모르는 시민들은 안전모를 쓴 인부들의 통제에 따라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으며 아침 출근길 발걸음을 옮겼다.

광화문광장 서측 도로(세종문화회관 앞)가 지난 6일 폐쇄되고, 동측 도로(교보빌딩 앞)가 양방향 통행으로 전환됐다. 지난해 11월 16일 첫 삽을 뜬지 110여일 만에 1단계 공사가 마무리됐다. 시는 오는 11월까지 서측 도로를 보행 공간으로 바꾸는 공사를 이어갈 예정이다. 공사는 숨 가쁘게 진행되고 있지만 광화문광장 정비 공사를 둘러싼 논란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이 우려하는 가장 현실적인 문제는 광화문광장 인근의 교통체증 가중이다. 이번 공사가 끝나면 광화문 광장 주변 차로가 기존 12개에서 7~9개로 줄어들기 때문이다. 실제 이날 출근시간 광화문광장을 가로지르는 사직로의 통행속도(서→동)는 시속 18.6㎞로 전주 대비 12.7% 감소했다. 부암동에서 광화문광장 쪽으로 향하는 자하문로의 통행속도도 지난주보다 약 7% 떨어졌다. 서울시가 도심방향으로 진입하는 교차로의 신호운영 체계를 조정해 차량을 인근 도로로 분산시켰지만 역부족이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광화문광장 주변 교통 체계가 일순간 바뀌면서 운전자들도 큰 혼란을 겪었다. 서측 도로 폐쇄 사실을 알지 못하는 차량들은 평소처럼 우회전을 하다가 교통경찰의 제지를 받고 차를 돌렸다. 동측 도로에선 세종대로에서 사직로 방향으로 좌회전하는 차량과 마주 오는 우회전 차량이 맞부딪칠 위험이 커졌다. 사직로에서 교통통제를 하던 한 경찰 관계자는 이날 현장을 찾은 서정협 서울시장 권한대행에게 목소리를 높여 이 같은 상황을 호소하기도 했다.

시민들은 "서쪽으로 확장될 광화문광장도 시위 공간으로 전락하게 될까 걱정된다"고 입을 모았다. 광화문으로 매일 출퇴근하는 직장인 안모씨(33)는 "출퇴근길은 물론 점심시간에도 광장에 피켓을 들고 나와 고성을 지르는 이들로 피로감이 크다"며 "광장이 넓어지고, 코로나가 종식되면 시위 인력이 늘어나 광장이 더 혼란스러워질 것 같다"고 말했다.

다음달 7일 재보궐 선거 이후 새 시장이 오면 당장 공사가 전면 중단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야권 서울시장 후보는 공공연하게 광화문광장 재정비 사업에 부정적인 입장을 드러내고 있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지난해 말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광화문광장 개조 공사 추진은 '날림행정'이자 '불통행정'"이라며 "공사를 멈추고 시민이 선택한 자격 있는 새 시장에게 맡겨야 한다"고 했다.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도 "시민들은 광화문광장 재조성 사업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왜 하는지도 모른다"고 지적했다. 서 권한대행은 이날 "새 시장에 의해 광화문광장 공사가 전면 재검토될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이 자리에선 답변하기 어렵다"며 대답을 피했다.

혈세 낭비라는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 이번 광화문광장 공사에는 총 791억원의 예산이 투입된다. 익명을 요구한 서울시의회 관계자는 "코로나19 여파로 실물경제가 고사 직전까지 내몰린 상황에서 토목공사에 대규모 예산을 투입하는 것은 부적절한 판단"이라고 꼬집었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