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노동자 3명 중 1명 "화장실 때문에 물도 못 마셔"
여성 노동자 3명 중 1명은 화장실 이용이 불편해 물이나 음식물 섭취를 제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규연 직업환경의학 전문의와 이나래 노동안전보건연구소 상임활동가는 4일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교육회관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여성 노동자 일터 내 화장실 이용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들은 지난해 9∼10월 민주노총 산하 14개 산별노조 소속 여성 노동자 889명을 상대로 온·오프라인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관리직, 전문(기술)직, 사무직, 생산직, 운수직, 건설직, 판매 및 대인 서비스직, 청소·시설관리직 등 다양한 직종과 직군이 참여했다.

조사 결과 전체 응답자 36.9%는 화장실 때문에 수분 섭취를 제한하고 있다고 했으며, 30.3%는 같은 이유로 음식물 섭취를 제한하고 있다고 답했다.

또한 응답자의 48.3%는 화장실과 관련해 건강에 영향을 받는다고 밝혔으며, 58.9%는 심리적인 문제를 느낀다고 했다.

화장실과 관련해 느끼는 감정은 '불안감'이 64.5%로 가장 많았다.

설문 참여자들은 근무 형태에 따라 일정한 공간에서 일하면 A군, 이동하거나 방문 노동을 하면 B군으로 분류됐는데, 대체로 B군이 A군보다 화장실 이용에 불편을 겪었다.

B군에 속하는 노동자 중 '근무 중 원할 때 화장실을 사용하는 것이 대체로 불가능하다'는 응답은 57.76%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화장실 사용이 불가능한 이유로는 '화장실이 멀리 있다', '화장실 찾기가 힘들다', '더럽거나 불편해서 가고 싶지 않다' 등이 꼽혔다.

A군 노동자들 가운데 '업무 수행장소 1∼2분 거리 안에 화장실이 있다'는 응답은 86.92%로 집계돼 비교적 화장실 접근성이 좋은 환경에서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이들 중 '원할 때 화장실을 사용하는 것이 대체로 가능하거나 조금의 불편함도 없이 가능하다'는 응답은 86.46%를 차지했다.

토론에 참가한 여민희 전국학습지산업노동조합 재능교육지부장은 "학습지 교사들에게 위장 질환과 비뇨기계 질환은 만성고통"이라며 "(화장실 이용) 요구가 당연하다는 사회 구성원들의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현정 민주노총 노동안전보건실 국장은 "인력 부족이 시간 부족을 가져오고 시간 부족은 화장실을 가지 못 하게 하고 수분을 섭취하지 못하는 상황까지 몰고 간 것"이라면서 "노동자 건강권 차원에서 화장실 문제를 산업안전보건법상 안전보건의 문제로 가져와야 한다"고 제안했다.

/연합뉴스